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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닷컴] (단편) 그해 겨울...죽었다 (허강일)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조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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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그해 겨울…죽었다


허강일


 

1:

백두산천지에 몸담갔다가 날려오는듯 로야령 산기슭을 핥으면서 날아오르는 바람은 맵기가 그지없었다.

왕초는 한기를 느끼며 오싹 몸을 털었다.

태여나서 여지껏 춥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 왕초였다.

왕초는 눈을 슬며시 감았다.

자꾸만 졸고 싶었고 푹 쉬고 싶었다.

그러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틀어 피범벅이 되여 굴러 따라 온 메주덩이 같은 방망이를 보았다.

방망이의 한끝에 달린 가느다란 철사가 흰눈에 더욱 반짝이였고 철사 한 끝은 바로 자기의 목에 감겨있었다.

몸부림치기도 인젠 포기했다.

발로 슬쩍 건드리기만해도 끊어질것 같은 가드다란 철사는 이미 3일째 그의 목을 파고 들었고 엊저녁부터는 가죽을 뚫고 속살을 저미고 들었다.

통증에 울부짖을 힘도 없었다.

왕초는 자기의 몸을 돌아보았다.

세상을 호령했던 강건한 몸이 철사 한오리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 억울해  왕초는 머리를 흔들었다.

“으..으…으!”

왕초는 저도 몰래 신음소리를 냈다.

여지껏 비겁하게 신음소리를 낸 적 없는  왕초다.

왕초는 장가를 금방 갔다.

며칠전 안해는 자식을 셋 낳았다. 

왕초는 안해와 새끼를 먹여살리기 위해 사냥을 나왔고 노루 한마리 만났다.

노루 한마리면 안해와 새끼가 걱정 없이 며칠을 보낼것이였다.

왕초는 버선을 신은듯한 폭신폭신한 발을 가볍게 옮겨 디디며 노루에게 다가갔다. 새끼 두마리 거느린 노루는 호랑이가 다가가는 것도 모르고 여유만만하게 하얗게 말라 붙은 억새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이제 몇발작만 더 딛고 덮치려는 순간 이외의 일이 발생했다.

“푸드득!”

왕초를 보고 놀랐는지 아니면 잠자다가 놀라 깼는지 꿩무리가 하늘에 날아오른 것이였다.

“노루 제 방귀에 놀란다”다고 노루는 위험이 도래한 것을 알아챈 듯이 총알처럼 뛰였다.

“제길할!”

왕초는 어미 노루를 향해 덮쳤다.

어미노루는 새끼노루를 팽개친 채 산으로 올리 뛰였다.

두마리 새끼노루는 어미노루의 의도를  알아챈 듯이 인츰 억새풀이 무성하고 가시나무가 엉켜진 수풀 속으로 뛰여들어갔다.

앞다리가 뒤다리보다도 짧아 올리 뛰기에는 당할자가 없다고 하지만 어찌됐던 노루는  왕초의 상대가 아니였다.

왕초는 노루가 혼비백산해 쓰러지기를 바라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노루를 쫓아갔다. 

노루의 다급한 호흡소리가 귀가에 들려왔다.

노루의 앞에는 복도처럼 길게 만들어놓은 외딴 길이 펼쳐졌다.

량쪽 켠은 소나무와 참나무아지를 무져 놓았는데 이미 여러해가 흐른 듯 새나무와 마른나무가 엉켜서 머리를 들이밀 곳도 안보였다.

곧게 앞으로 뛰여서는  왕초의 상대가 안된다.

이리저리 뛰는 것이 곧 노루의 장점이다.

자기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 것을 알았지만 노루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면 내 자식은 누가 건사한단 말인가?

눈 앞에  하얀 동그라미가 땅위에 덩그렇게 들려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도 아니고 몇개가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노루는 그것이 일전에 자기의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옥노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저 동그란 것을 날아넘지 못하면 생명이 끝장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노루는 주저주저 하다가 불시로 몸을 솟구쳐 옥노를 훌쩍 날아넘었다.

노루의 뒤를 따르던 왕초는 코웃음을 쳤다.

거미줄 앞에서도 주저주저하는 노루가 우스웠던 것이다.

“거미줄도 겁나하는  놈이 뛰여야 벼룩이지, 높이 뛴다고 살아 남을 줄 알았어? 흥!”

왕초는 두발을 움추렸다가 몸을 날렸다.

높이 솟은 노루가 착지하는 시간이면 한입에 해결해 버릴 것 같았다.

“어크!”

순간 왕초가 비명을 지르며 튕기듯  날아 떨어졌다.

사냥군이 놓은 옥노에 걸린 것이다.

거미줄인줄로 알았던 은빛의  물건은 바로 철사로 된 옥노였다.

다행히 옥노는 큰 나무에 동여매여있는 것이 아니였다. 왕초는 한시름을 놓았다는 듯이 안도의 숨의 내쉬며 어덴가 사라졌을 노루를 찾아 두리번 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목이 졸려왔다.

 돌아보니 목에 걸린 하얀 선의 한쪽 끝에는 벽돌장 크기의 돌멩이가 달려 있었다.

큰 짐승들이 옥노에 걸렸을 때 격렬하게 요동을 쓰면 아무리 든든한 강쇠라도 얼마 못가 끊어진다. 그래서 교묘한 사냥군들은 이리저리 휘둘러도 끊어지지않을 무거운것을 달아매여 질질 끌고 다니다가 질식해 죽게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것을 알리 없는 왕초는  이리저리 몸을 흔들었다.

목에 걸린 올가미가 풀리지 않았을 뿐 행동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렇다고  눈 앞에서 다 잡은 먹이를 놓칠 수는 없었다.  왕초는 노루가 달아 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걸을만 했다. 

속도를 내려는 순간 그는 자기의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발견했다. 

그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철사는 몸을 파고 들었다.

왕초는 노루가 새끼가 있던 곳으로 여유작작 되돌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꼼짝 할 수가 어쩔수 없었다….

 

 

 

2:

어둠이 내린 시골은 적막하다. 

가로등 불빛은 커녕 담배를 피워물고 오가는 행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굴뚝과 창문 넘어 얼른얼른 거리는 사람의 모습이 전부다.

식사를 하고 담배를 한대 피워물고 밖에 나가 오줌 한번 싸고 잠자리에 들면 시골의 저녁은 고요속에 빠진다.

왕곰보 집만은 조금 달랐다.

마을과  떨어져 있는 외딴 집인지라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었고 그들이 무엇을 해먹는지 어떻게 살고있는 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굴뚝에 나는 연기를 보고서도 뉘집에서 무엇을 해먹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왕곰보네만은 소외 된 존재였고 독립왕국이였다.

 “여보, 빨리 식사하세요”

왕곰보의 안해 비취가 소리쳤다.

남편 왕곰보와 왕곰보의 동생 쇼왕이 밥상에 모여앉았다.

쇼왕은 장가 갈 나이가 지났지만 여지껏 대상자가 없다. 그의 유일한 재미는 짐승사냥이며 사냥으로 바꿔 온 돈을 모아 장가가는 것이 그의 소원이였다.

왕곰보내외는 결혼한 지 6년이 되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애가 가 들어서지않았다. 좋다는 약은 다 지어먹었지만 효험이 없었다.

병을 치료해 아이를 하나 낳는 것이 소원이였던 왕곰보내외는 곰이라도 한마리를 잡아 “웅담”을 꺼내 대박을 맞게 해달라고 날에 날마다 기도했다.

국가에서 사냥을 금지한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정책이 먹히지 않았다. 

방법이 넘쳐났던 것이다.

혹시 여우라도 한마리 잡게 되면 그들은 여우가죽을 곱게 벗겨서 어둑시레한 천정위에서 말린후  가죽외투안에 여우가죽을 넣고 시내에 가져가 팔았다. 

지난번에는 옥노를 놓아 곰을 한마리 잡기까지 하였다.  네발쪽을 끊어내고 웅담을 꺼낸후 그들은 곰고기는 먹을 만큼 저며내고 나머지는 땅에 대충 묻어버렸다. 언 땅이라 흙으로 덮을 수는 없었고 그저 나무를 찍어 덮어버렸다.

어차피 며칠 안가서 들짐승들에게 곰의 시체는 형체도 없이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이였다.

 “엊저녁 꿈을 꿨는데, 대박 날 것 같애요”

비취가 절인 메돼지고기를 밥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무슨 꿈을 꿨는데?”

쇼왕이 물었다.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금빛이 번쩍번쩍 빛나는것을 보았고 하늘을 둥둥 날아다닌 것 같애요”

“개꿈…”

왕곰보가 피씩거리며 술잔을 들었다.

술 없인 밥을 못 먹는 왕곰보다.

“아니, 지난 번 곰을 잡았을 때도 형수가 꿈을 잘 꾼 날이 아니고 뭐요”

쇼왕이 술잔을 들다 말고 형수를 두둔했다.

“하긴…”

왕곰보도 피끗 웃었다.

애를 낳지는 뫃해도 꿈 하나만은 신통하게 뀌는 마누라이다.

“그런데 날아다닌 것 무엇일가? 점쟁이들에게 물으면 해몽할 수 있겠는데”

 “날아다닌다는 건 소원성취한다는 말이지…”

비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쇼왕이 받아넘겼다.

비취는 해맑게 웃었다.

소원성취한다는 것은 오매불망 그리던 아이가 생긴다는 말이 아닌가?

“아래 마을에 호랑이가 황둥개를 물어갔다오.”

“호랑이? 호랑인 걸 어떻게 아는데”

쇼왕의 말에 왕곰보가 되물었다.

“아까 림업국과 동물원의 전문가들이 왔다갔다오. 그래서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사진 찍고, 분석한 결과 동북범이 옳답데.”

쇼왕이 큰 소식을 들은 듯이 떠들어댔다.

이 집에서 외계와 접촉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동북범이 개를 잡아 간다? 하긴 배고프면 풀이라도 먹어야지..."

왕곰보가 동북범의 출몰소식이 믿기지 않은 듯이 고개를 저었다.

“범가죽도 있으면 달라고 하던데…”

쇼왕이 지난 번 웅담을 가져간 상인과의 얘기를 꺼내며 말했다.

“잡히면 껍질을 벗겨 팔아 볼 판이지뭐.”

왕곰보가 메돼지고기를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

 애가 정 생기지 않으면 인공수정인지 뭔지하는 것을 해서라도   낳을 생각이였다. 지난 번 기차에서 10여년간 애를 못 낳던 부부가 인공수정을 통해 애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공수정이 무엇이지요?”

왕곰보는 애를 낳았다는 말에 현혹되여 생면부지임에도 불구하고 물었다.

“인공수정이 인공수정이지뭐…”

어이없다는듯이 낯선 사람이 왕곰보를 힐끗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아, 아니. 저 촌놈이라, 사실 제가 아직 아이가 없거든요. 그래서 묻는 말입니다만…”

왕곰보가 게면쩍게 웃으며 난색을 지었다.

“아, 그러세요?”

낯선 사람이 그제야 알만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생활은 자주 하십니까?”

낯선 사나이가 물었다.

“네. 일주일에 네번 이상, 아니, 더 할 때도 있지요. 시골에서 할 일도 없고 해서.ㅎㅎㅎ”

왕곰보가 히물히물 웃으며 대답했다.

기차 안에 웃음보가 터졌다.

남녀불문하고 그 말만 나오면 인츰 분위기가 살아난다. 사실 살면서 그짓 만큼  재밋는 것도  없다.

쇼왕이 낮에 마을에 내려간 날이면 그들은 대낮에도 문을 닫아 걸고 살을 섞었다. 그 짓을 한 뒤끝에 오는 단잠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울만큼 달콤했다.

“인공수정이란, 말하자면 새를 잡으려고 새총을 날마다 쏴도 떨어안지는 것을 봤지요?”

낯선 사람이 물었다.

“네. 새총으로 새를 쉽게 맞칠 수 없으니까요.”

왕곰보가 대답했다.

“그러나 전자망원경을 달고, 준확하게 쏜다면 새가 아니라 파리라도 잡을 수 있겠지요?”

“그거야 그렇지요. 백발백중이겠지요…”

왕곰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수정이란 말입니다. 당신의 총이 과녁을 제대로 못 맞혔거나 제대로 뚫지 못한 것을 대신 뚫어 주는 것을 말합니다.”

낯선 손님은 자기의 비유가 아주 적절하고 적라라한 멋이 있다고 생각되였던지 득의양양한 표정까지 지었다.

“다른 놈이 대신 꼽는 건 아니겠지요?”

왕곰보가 정색해 물었다.

“인공이란데도 그럽니까? 자연산이 아니라, 인공…” 

인공수정으로 시작된 육담덕분에 왕곰보는 즐겁게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인공수정을 하겠다는 결심까지 품고 말이다.

“범은 건드리지 마세요. 국가 1급 보호동물이라는데…”

비취가 말했다.

아기는 갖고 싶지만 법까지 어겨가면서 애를 낳고는 싶지 않았다.

“어차피 어겼어. 곰도 잡았으니까. 애를 낳은 다음에는 그만 둘거야.”

왕곰보가 술을 한잔 쭉 들이켜며 씨부렁거렸다.

“제길!”

자기 생각만 하는 형님을 보면서 쇼왕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애만 낳을 생각만 하지 말고, 이 동생이 장가갈 때까지만 샤냥을 하겠다는 말을 하면 얼마나 좋을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3:

왕초는 낮잠을 자다가 깨어났다.

먹이거리를 해결 못해 그는 어제 저녁 별수없이 마을에 내려갔다. 

돌멩이처럼 무거운 것을 질질 끌고 그는 산기슭과 가장 가까운 김로인네 집으로 걸어갔다.

강아지가 낑낑 우는 소리가 들렸다.

왕중왕이 아니던가.

마을에서 제일 용맹하다던 김로인네 황둥개이건만 호랑이의 사나운 기운이 몰려오자 선자리에서 오줌을 찔찔 쏘면서 울지도 못했다.

왕초는 서서히 다가가 개굴 앞에 꿇어앉은 황둥개의 목덜미를 물었다.

“뿌드득!”

황둥개의 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왕초는 축 늘어진 개를 물고 되돌아섰다.

새끼를 낳은 안해와 두 새끼가 있는 데로 가고 싶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철사가 어찌나 목을 파고드는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피가 흘러내렸다.

왕초는 마을 뒤 소나무 밑에 앉아서 만포식하였다.

개를 한마리 모두 삼키고나니 살것 같았다.

왕초는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의 온 몸의 기를 다 내 뿜어 자기가 돌아갈 수 없다는 소식을 안해와 자식들에게 전했고 자기의 동료들에게도 이 주변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위험신호를 보냈다.

그는 자기와 짝짓기를 하고 애엄마로 되였던 노란 바탕에 검은 무늬가 유난히도 섬세하고 가늘었던 안해를 떠올려보았다. 우수리강을 넘어 온 싸싸였다.

그는 안해를 찾아 100여킬로 달려갔고 며칠간의 노력 끝에 안해의 몸을 열 수 있었다. 안해는 소원대로 4마리 새끼를 낳았다. 그러나  한마리는 태여나자마자 요절했고 한마리는 비실비실 앓다가 죽었다.

왕초는 새끼들을 잘 키워달라고 안해에게 부탁하고 집을 나섰다. 열심히 잘 먹이고 잘 키우기 위해서 날마다 수많은 포획물을 가져다 안해의 입가에 바쳤다.

그런데, 비극이 생겼다.

자기의 부주의였다.

거침없이 살아오면서 실패를 모른다고 자부했던 마음이 불러 온 비극이였다. 무소불위의 위엄을 누리면서 모든 것을 무시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던 자신이 후회되였다.

조금만 눈여겨보고 조금만 신경 쓰고 조금만 생각해봤더면 분명 발생하지 않을 비극이였다.

왕초는 천천히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소나무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중대한 행사인것 만큼 좋은 장면을 담아야 합니다.”

아래에서 두런두런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장소가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듣자니 호랑이가 나타났다면서요?”

“글쎄, 말로는 호랑이라고 하던데, 모르지요. 시라소니인지ㅎㅎㅎ”

“호랑이를 만나면 큰 일 나겠는데…”

“까짓 호랑이야 뭐, 만나기만 하면 소처럼 올라 타봐야지..ㅎㅎㅎ”

누군가 불시로 소리쳤다.

 “아니, 이게 호랑이의 발자국이 아닙니까?”

림업공안국에서 내려 온 조간사였다.

“오, 옳아, 금방 지나간 발자국이야!”

혹시나 해서 함께 출동한 동물연구소의 왕박사가 대답했다.

“멀리 가지 않았습니다.”

“뭐, 뭐라?”

모두다 경직 상태에 들어갔다.

호랑이를 만난다면, 정말 호랑이를 만난다면 이들의 미래는 끝날 것이다. 

“괜찮습니다. 호랑이는 사람들을 피해 갔을 것입니다. 근데…”

왕박사가 말을 끊었다.

“피자국도 있고, 가만, 뭔가 끌고 간 흔적도 있네. 보십시오. 개나 양을 끌고가면서 남긴 흔적이 아닌데…”

호랑이가 철사 끝에 달린 돌멩이를 끌고 다닌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왕박사가 의혹에 찬 눈길로 호랑이의 족적을 살펴보며 고개를 저었다.

“가능하게 호랑이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왕박사의 말에 림업공안의 조간사를 포함한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박사가 경계심을 잔뜩 높인채 주위 산야를 살펴보았다.

겨우 산중턱까지 올라왔지만 급격하게 경사진 비탈길은 누군가 떠밀어준다면  마을   뒤켠까지 굴러갈 것 같았다.

TV방송국기자가 직업의식을 버릴 수 없어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켰다. 그는 왕박사의 눈길을 따라 카메라를 돌렸다.

한고패 휘돌아본 왕박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눈길을 거두었다.

“없는것 같애요. 자, 올라갑시다”

왕박사가 말했다.

“잠깐!”

소나무 밑에 듬성듬성 자란 가둑나무 숲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던 김기자가 불시로 손을 들었다.

웬일인가 싶어 김기자의 입을 쳐다 보고 있을  때 김기자가 기겁한 소리를 질렀다.

“호랑이다!”

언제 그랬다 싶게 범을 타보고 싶다던 사람이 먼저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아래로 내리 뛰였다.

“따웅!”

하늘 땅이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가둑나무 그늘에 가만히 앉아있던 호랑이가 포효한 것이다.

가둑나무 잎이 우두둑 떨어질 정도였다.

“뛰여라!”

누군가 소리쳤다.

이들은 꼭 마치 산사태가 터진 듯이  아래로 굴러내려갔다.

그중에서도 TV방송국의 김기자의 모습은 가관이였다.

굴러내려가면서도 두손은   촬영기를 머리위에 쳐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엉뎅이를 까고 머리까지 다 터지면서 이들은 산기슭으로  내려왔다.

TV방송국의 김기자가 찍은 동영상을 확인한 상급부문에서는 인츰 전문팀을 무어 호랑이보호에 나섰다.

호랑이가 사람의 시야에 잡힐 정도로 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은 엄중한 부상을 입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였다.

 

4:

옥노를 살피러갔던 왕곰보형제는 메돼지를 잡으려고 소나무밑에 놓았던 옥노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였다. 

“아뿔싸~!”

발자국을 살펴보니 메돼지가 아닌 호랑이였다.

자기들이 놓은 옥노에 호랑이가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사실 며칠 잠을 못 이뤘다. 마을에 호랑이가 내려와 집짐승을 물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까지만해도 이들은 자기들이 놓은 옥노에 호랑이가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번 TV방송국의 김기자의 카메라에 호랑이가 잡히고 많은 사람들이 산허리에서 호랑이에게 쫓겨 되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들은 자기들이 놓은 옥노에 호랑이가 걸려들었다는 것을 믿게 되였다.

“호랑이가 걸려든 게 분명해.”

왕곰보가 걱정스런 듯이 담배를 뻑뻑 빨아댔다.

 “제길, 그 자리에서 뒈질거지, 껍질이라도 벗기게스리”

동생 쇼왕이 두덜거렸다.

 “국가1급 보호동물이라는데…”

비취가 걱정되 듯 말했다.

“사람을 잡는 것도 아니고, 부패분자들을 보라고, 몇백원도 아니고 몇억원씩 해먹은거…”

이 집에서 세상 견식이 가장 밝은 쇼왕이 코방귀를 꼈다.

왕곰보는 텔레비죤을 봐도 드라마만 보지만 쇼왕은 뉴스를 본다. 

 그러다보니 쇼왕의 입은 이 집의 방송국이나 다름없다.

일년내내 뼈빠지게 농사를 짓기보다 산짐승 한두마리 잡는 것이 더욱 옹골찬 수입이였다. 

야생보호동물법이 실시되면서 사냥이 금지된후 산짐승은 산야에 욱실거렸다.

이들 형제는 한밤중이면 꼭 노루나 메돼지를 한두마리씩 발구에 끌고 들어왔다. 김치굴도 두층으로 만들었다. 윗층에는 김치랑, 무우랑 저장해 놓고 지하에는 야생동물을 내장을 제거한 후 저장하였다.

야생동물을 찾는 사람은 모두 어느 정도 실세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들의 판로는 언제나 열려있다. 또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쇼왕이 나무하러 가는 척 하면서 마을과 10여리 상거한 곳까지 가서 물건을 넘겨주기에 후환이 적었다.  

 

왕곰보일가족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쇼왕이 향림산작업소에서 림시로 일할 수 있는 부업거리를 맡아왔기 때문이였다.

 일하러 다닌다는 미명하에 산에 놓은 옥노도 살필 수 있어 꿩먹고 알먹기였다.

호랑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던지라 께름직한 면이 없는 건 아니였지만 산짐승 잡이에 이골이 텄고 산짐승들의 속성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되였던 이들은 쉽게 대답했다.

  사실 호랑이가 나타난 후 황황하던 인심은 호랑이 소식이 사라진 일주일후부터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림산작업소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안녕을 찾았다.

림산작업소를 가려면 삼림산허리를 지나가야 한다. 

겨울이라 눈이 많이 내려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상황에서 왕곰보와 쇼왕 그리고 왕곰보의 안해 비취는   스키를 들고 나섰다. 

 

한편, 호랑이 보호소조는 호랑이 검거에 실패했다.

호랑이 발자국을 추적하면서 얻은 유일한 수확은 바로 호랑이의 목에 달아맸던 돌멩이처럼 생긴 것을 주었을 뿐이다. 너무나도 오래동안 끌고 다닌 모양으로 이음새가 달아 끊어져 있었다. 피범벅이 된 얼음을 화험해본 결과 호랑이의 피가 옳았다. 또한 마을 뒤 산림산 중턱에서 발견된 피와도 동일한 호랑임이 증명되였다.

시 림업분야에서는 산으로 오르내리는 림산작업소와 각 마을에 주의령을 내렸고 혼자서 산길을 다니지 말라고 하였다.

 

 

 

5:

어느 한 순간 ,  왕초는 자기의 목이 몹시 가벼워졌음을 발견하였다.  10여일간 자기를 괴롭히던 돌멩이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러나 목에 꽁꽁 조여든 철사는 느슨해질 줄 몰랐다. 오히려 추운 바깥 온도와 체내열기에 의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더욱 억세게 조여지는 것 같았다.

굶주린 창자가 끊어질 듯 아파났지만 그가 포획할 수 있는 건 이 산에 아무 것도 없었다.

왕초는 고개를 들어 주변 산야를 돌아보았다. 

강산은 여전했다.

감개무량했다.

시속 70킬로메터 이상 달릴 때면 그의 앞에는 적수가 없었다. 몸을 풀 겸 한참 먹이를 쫓다가 발로 덮치거나 꼬리로 후려 갈기면 펄펄 뛰던 메돼지도 아작나 버렸다.

그는 종래로 배 부른 다음에도 다른 생명을 괴롭혀본 적 없다. 식탐을 한적도 없다. 

자식을 낳은 안해와 젖을 빨기 시작한 자식을 위해 사냥을 나왔을 뿐이다. 그런데 사냥은 커녕 그는 하얀 옥노에 걸려 목이 끊어질 지경으로 부상을 입었고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새끼를 금방 낳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안해의 모습과 어미 젖을 빨며 바둥거리던 자식의 모습이 눈을 감을 때마다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는 지금 자기가 안해와 새끼가 있는 그 먼곳으로 이동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안해와 함께  광활한 자기의 령지를 돌아보며 자식들의 재롱을 보고 싶었고 자식들의 오줌똥 벼락을 맞고도 싶었다.

조금만 포식하고 몸을 추스려도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눈길은 네발가진 짐승으로부터 두발가진 사람에게 돌려졌다. 예전에는 식용의 대상에서 완전 제외했던 존재가 아사 상태에 이르니 먹이감 1호로 다가왔다. 그 사이 그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지 못한 건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다니는 게 부담스러워 손을 쓰지 못하고  꾹 참고 버텼다.

평소에는 들여다도 보지 않았을 동물의 죽은 시체까지 긁어먹으며 그는 안해와 자식들이 있는 청바위골을 향해 떠나갔다.

걸을 때면 한1자로 되던 발걸음도 무거운 물건을 등에 짊어진 늙은 암소의 발걸음마냥 지저분하게 찍혀졌다.

삼림산 허리에 이르자 소발구나 지나갈 만큼 좁은 길이 나타났다.  발목을 치는 깊은 눈에는 소발구가 지나간 듯한 자국이 여러갈래 나있었다.

왕초는 목을 추기려고  하얀 눈에 혀를 내밀었다. 

순간   아주 익숙한 냄새가 코구멍으로 날아들었다.  왕초는 자꾸만 감겨지는 눈을 부릅뜨고 다시 한번 코구멍으로 심호흡을 하였다. 분명 자기에게 가장 익숙한 냄새였다.

그러나 인츰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다시 골몰히 생각하였다.

순간 목에 매인 철사가 수염 끝에  닿았다.

분명 길 바닥에서 맡았던 냄새와 똑 같은 냄새가  철사에서도 풍기고 있었다. 

발달한 후각은 수백가지 냄새로 범벅이 된 철사에서도 동일한 냄새를 가려 맡게 하였다.

 자기의 목에 걸린 철사의 냄새와 똑 같은 냄새를 가진 사람들이 이 곳을 지나다닌다 ...?

왕초는 흥분되였다.

한번  만나고 싶었다.

왕초는 소나무와 가둑나무가 얼레설레 늘어선 길옆 바위 밑에 엎드린 채 눈을 감았다. 

지친 나머지 태산같은 졸음이 몰려온 것이였다.

 

6:

왕곰보와 왕곰보의 안해 비취 그리고 왕곰보의 동생 쇼왕은 오늘 큰 례물을 받은 기분이였다.

안해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더니만 대박이 터질 것 같았다.

림산작업소의 왕림장장이 그들에게 림산작업소 내의 기름개구리양식장과 오미자생산기지를 도맡길 타산을 피력하였기 때문이였다.

왕림장장은 오토바이를 한대 사줄테니까 출퇴근을 하던지 아니면 아예 기름개구리양식장에 옮겨 오던지 편리할대로 하라고 하였다.

어차피 마을과 떨어져 살아온데 습관된 왕곰보내외는 산골짜기에 이사올 것을 표명하였고 동생 쇼왕도 동의하였다. 마을에 내려가고 싶을 때면 오토바이를 리용하면 되기 때문이였다.

림산작업소 왕림장장의 집에서 나온 왕곰보네 일행은 올해부터 대박이 터졌다고 자축하였다. 산골 안에 있으면 산짐승을 마음대로 잡아도 꺼릴 것 없기 때문이였다. 이제 시내에 가서 랭장고를 한대 사오면 만사 대길이였다. 겨울철엔 수렵해온 짐승을  창고에 달아매고 여름에는 랭장고에 랭동시키면 되기 때문이였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시내로 통하는 뻐스를 비롯해서 자가용까지   몽땅 검사하고 있지만 왕곰보네는 판로 때문에 걱정해본 적 없다.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팔아도 수요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였다.

“대박이야. 잘 됐어”

왕곰보가 스키를 발에 묶으며 말했다.

 ”인젠 우리 팔자도 피나 보오”

먼저 스키를 발에 묶은 쇼왕이 일어나며 대답했다.

“이제 돈이 벌어지면 올해안으로 장가를 보낼 거니까, 색시감이나 찾아보세요”

왕곰보의 안해 비취가 머리에 빨간 털실모자를 눌러쓰며 말했다. 

왕곰보는 말도 없이 무덤덤하게 있었지만 쇼왕은 비취의 얼굴이 달아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밀페 된 공간이 아닌 숨소리도 려과없이 들리는 자그마한 집에서 로총각인 시동생과 한집에 산다는 것이 사실 여간만 불편한 것이 아니였다. 가끔 즐거운 비명 소리를 지르면서 부부생활을 하고 싶지만 정주칸에 꼬부리고 누워있는 시동생이 여겨보고 있는 것 같아서  이를 앙다물고 참을 때가 많았다.

“한번이라도 시름놓고 자봤으면…”

비취는 이런 생각을 혼자 입으로 몇번이고 외웠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온종일 다 가도록 한두마디 밖에 안하는 남편에게 이런 말을 꺼내기도 무엇하였다.

자칫 음탕한 녀자로 비칠가봐 두려웠기 때문이였다.

술을 즐겨 마시는 남편은 생각처럼 강하지 못했다. 취한 날이면 그대로 꼬꾸라져 자기가 일쑤였고 얼렁뚱땅 올라탔다가도 물주머니처럼 미끄러 떨어졌다.

비취는  여지껏 단 한번도 주동적으로 몸을 섞은 적이 없고 언제 한번 만족되여 본 적도 없다. 가끔 위챗에 뜨는 동영상을 보게 되면 남녀관계는 오색찬연하다고 말할 만큼 여러가지 동작들이 있건만은 그의 남편은 그저 단벌 치기였다. 애무도 없고 전희도 없고 불쑥 들어왔다고 체면없이 빠져나갔다.

내 인생에 섹스는 이정도로 끝나야 하나 하며 허탈한 생각이 들 때면 그는 술잔을 잡았다.

그러나 그 술잔 때문에 그는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남편 왕곰보가 공안국의 실세들에게 받들리워 노루사냥을 떠난 날이다. 평소에 그들이 눈을 감아준 덕분에 야생동물을 마음대로 수렵하여 팔 수 있었던 왕곰보는 공안국에서 자동보총까지 내주자 기꺼이 사냥에 나섰다. 왕곰보는 일주일 시간을 달라고 했고  사냥은 인가와 멀리 떨어진 장백산 밀림을 선택했다. 워낙 형제간이 함께 떠나기로 하였으나 쇼왕이 산동성에 있는 친척집 결혼식에 갔기에   왕곰보 혼자 먼저 떠났다.

남편과 시동생이 없는 집은 호젓했다.

평소 목욕을 하려고 해도 눈치 때문에 쉽게 할 수 없었던 비취는 창문 카텐을 꽁꽁 닫아걸고 커다란 대야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은 후 걱정없이 몸 구석구석을 닦았다.

애를 낳지 않은 몸매는 잉어처럼 싱싱했고 희디흰 젖가슴은 자기스스로가 보아도 탐스러웠다.

“후_!”

자기의 육감적인 몸매가 아직도 제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저도 몰래 한숨이 새여나왔다.

목욕을 끝낸 그는 술병을 꺼내들었다.

술을 한두잔 먹으니 우울했던 기분이 봄눈처럼 녹아버렸다.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지요?”

비취는 인츰 옷깃을 여미면서 물었다. 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형수님, 접니다.”

시동생 쇼왕이였다.

“아니, 어쩌다 벌써 왔지요?”

비취는 문을 열어주면서 물었다.

“연변으로 자가용을 몰고나오는 친구가 있기에, 동무할겸 따라 나왔습니다. 차비도 절약하고...”

쇼왕이 구들에 올라서면서 대답했다.

“형님은?”

쇼왕이 물었다.

비취는 형님이 공안국의 요청으로 장백산으로 사냥을 들어갔으며 며칠 오지 않는다는 말도 하였다.

남편이 오지 않는 다는 말을 하면서 비취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발개졌다.

“식사는 하셨나요?”

비취가 물었다.

“아니, 넘 늦은 것 같아서 그냥 들어왔습니다. 있는 대로 먹읍시다”

쇼왕이 비취가 방금 마이다가 밀어놓은 밥상을 보면서 말했다.

“술을 한잔 마였어요. 잠이 안 와서...”

비취가 가스렌지를 켜면서 말했다.

“아, 그럼 ,저랑 같이 한잔 합시다.”

쇼왕이 밥상에 다가갔다.

쇼왕은 등을 돌려대고 앉은 비취가 오늘 따라 너무나도 유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형님과 살면서 언제 한번 살뜰한 대접을 못 받고 사는 형수가 불쌍할 때가 많았다.

자기의 안해를 왜서 그렇듯 무시하고 구박하는지 리해가 되지않았다.

“평소에도 형수님과 한잔 하고 싶었댔는데...”

쇼왕이 트렁크에서 진주목걸이를 꺼내 형수에게 드리면서 말했다.

“아니, 웬 선물까지...”

비취의 얼굴이 붉어졌다. 선물은 커녕 욕밖에 할줄 모르는 남편에 비하면 쇼왕은 신사중의 신사이고 왕자중의 왕자였다.

“형수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쁘십니다. 학교 때부터 사실 형수님은 저의 우상이였습니다”

술 한잔을 먹어서일가 쇼왕의 입에서 생뚱 같은 말이 튀어 나왔다.

“그, 그래요?”

비취가 가슴을 여미면서 대답했다.

브라자를 차지않은 듯 헐렁한 옷 속에 숨은 젖가슴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인사할듯 출렁이였다.

“세상 일이란 참, 생각밖에도 저의 형수가 됐더군요”

쇼왕이 술잔을 굽 내면서 말했다.

비취는 쇼왕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내색을 낼 수 없었다.

“생원은 좋은 사람 만나요. 좋은 사람 만나서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사세요...”

아기를 낳지 못한 설음이랄가, 비취의 얼굴에는 쓸쓸한 기색이 서렸다.

“제가 이부자리를 펴드리겠으니, 어서 주무세요. 술, 넘 마신것같이요. 저도 자야겠어요”

비취가 일어났다.

이불장에서 이불을 꺼내오던 비취가  휘청이였다.

쇼왕이 사냥군 답게 번개같이 일어나 넘어질듯 흔들거리는 비취를 안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비취가 쇼왕의 품에 안긴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쇼왕은 비취의 두눈이 애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음을 보았다. 아래도리가 달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다 알고 있어요”

비취가 쇼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눈을 감았다.

쇼왕의 거친 입이 비취의 입술을 덮었고 둘은 그대로 가마목에 쓰러졌다.

쇼왕은 가마목에 차려진 밥상을 발로 밀어버린 후 젊은 정열을 비취의 몸에 쏟았다.

 비취는 이날 저녁 몇번이나 까무러쳤는지 모른다.

“없던 일로 하자요. 우리 둘과 하늘과 땅만 아는 비밀로 영원히 가슴에 품고 살자요“

아침 일찍 비취가 정갈한 밥상을 차려 올리면서 말했다.

“알았어요. 속으로 좋아했던 녀자를 품어보았기에 ,인젠 원이 없습니다. 그럼 딱 , 마지막으로 한판 더...”

쇼왕이 굳건하게 쳐드는 거시기를 보란 듯이 보이면서 말했다.

온 저녁 뛰고도 아침에 또 일어나는 거시기를 보면서 비취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보면 얼마나 뛰는가 보고 싶어졌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딱, 한번, 인젠 마지막이얘요”

비취가 쇼왕을 받아 들이며 말했다.

...  ... 

“자, 가자!”

왕곰보가 마누라 비취까지 준비를 끝내자 명령을 내렸다.

동생 쇼왕이 앞장서고 가운데 비취가 섰으며 왕곰보가 뒤를 따랐다.

산골짜기의 어둠은 빨리도 찾아왔다.

지는 해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듯 산야의 눈은 온통 황금색을 입은듯 황홀했다. 비취는 꿈에 보았던 그 황금색이 오늘 눈앞에 보이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와! 넘 멋져요!”

비취가 스키를 타고 시동생인 쇼왕 뒤를 따라 내려가며 소리쳤다.

“누가 아니랍니까? 대박이 났습니다!”

쇼왕이 고개를 슬쩍 돌리고 비취의 말에 대답했다.

형님만 옆에 없다면 이 하얀 눈 밭에서 형수를 안고 잔치를 벌리고 싶은 쇼왕이다.

 비취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매달렸다가도 헐레벌떡 떨어져나가는 남편을 볼 때마다 시동생과의 그 날밤을 떠올린 비취였다.

 세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산 아래로 달렸다.

 

7:

시림업국야생동물보호센터가 발칵 뒤집혔다.

삼림산 주위에 설치한 “야생동물관측용 카메라”에 호랑이의 모습이 포착되였기 때문이였다. 정면으로 잡힌 건 아니였지만 가둑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호랑이의 뒤모습은 너무나도 또렷하였다. 붉은색 몸에 검은줄무니가 내리 선 호랑이의 뒤 모습은 보기만해도 위용으로 차넘쳤다.

“열살 이상 되는 큰 호랑이입니다”

야생동물전문가 왕박사가 단정하였다.

“지난번에 호랑이를 처음  보았던  삼림산에서 이 곳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지요?”

림업국 장국장이 물었다.

“40킬로메터 잘 됩니다”

림업국의 조간사가 지도를 펼쳐보이며 대답하였다.

“이 곳에 호랑이가 나타난적 없지않습니까?”

장국장이 호랑이사진이 박힌 곳을 가리키며 왕박사에게 물었다.

 “네, 제가 보건대는, 가능하게, “

왕박사가 말을 멈추고 량미간을 찌프렸다.

“가능하게 뭔데?”

장국장이 재우쳐 물었다.

“가능하게, 지난 번 조간사랑, 김기자랑  같이 보았던 그 호랑입니다”

“네?”

조간사가 부들부들 떨었다.

고막이 터질 것만 같은,  대포소리 같은 범의 포효소리를 그는 평생 잊을것 같지 못했다.

“우리의 판단대로 호랑이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아직 원인은 모르겠지만, 호랑이는 하루에도 수백키로메터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호랑이는 일주일동안 겨우 40킬로메터를 이동하였습니다. 어찌보면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왕박사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의 눈에는 중상을 입어 신음하는 호랑이의 모습이 보였다.

“호랑이 구호대에 통지하고, 림구내 모든 감시카메라를 24시간 감시통제하라고 지시하시오. 그리고 호랑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만가동을 걸어주십시오”

장국장은 안전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한후 상급 부문에 정황을 보고하였다.

상급 부문에서도 인차 답복이 왔다.

삼림무장경찰부대의 헬기까지 대기중이라고 하였다. 

또한 마을마다 민병과 공안 그리고 무장경찰들을 동원하여  호랑이가 마을에 침입해 인명피해를 입히는 것을 미리 예방하라고 전시명령을 내렸다.

 

8;

눈가루를 가볍게 날리면서 길바닥을 핥으며 날아 온 바람이 그가 지겹도록 맡았던  냄새를 싣고  코구멍에 날아들었다.

잠이 들었던 왕초는 눈을 번쩍 떴다.

 왕초는 냄새를 남긴 채 오늘 아침에 사라진 그 사람들이 바야흐로 나타나고 있음을 예감하였다. 

그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혀를 내밀었다.

혀바닥으로 자주 핥아주면 웬간한 상처는 금방 낫는다. 그러나 혀뿌리가 빠지도록 혀바닥을 내밀었으나 혀바닥은 상처에 닿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불시로 꺾은 탓으로 얼어 붙었던 상처자리가 갈라지면서 피방울이 떨어졌다.

몸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내려다보며  왕초는 눈을 감았다. 며칠동안 흘릴만큼 흘리면서 보아 온 피이기에 인젠 무덤덤하게 안겨왔다.

목에 매달린 채 그를 따라다닌 은빛 철사는 인젠 피와 눈에 범벅이 되여 철사인지, 바줄인지 형체를 잃어가고 있었다.

자꾸 졸음이 몰려왔고 숨이 차올랐다. 누워서 고개를 드는것마저 힘들었다.

왕초는 앞발을 번갈아쳐들어 눈굽을 찍었다. 눈에 끼였던 이물질이 가셔지자 흐릿하던 앞이 밝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왕초는 귀를 추켜 세웠다.

고개 넘어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한사람이 아닌 몇사람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그는 세사람이 움직이고 있음을 청각으로도 판단할수 있었다.

승자의 세계에서 살아 온 왕초인지라 그는  그가 선택해 싸워야 할 상대를 위해 고민했다.

단 한번의 패배도 용서하지 않는 승자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것 만큼 그는  사자나 곰이나 큰 메돼지와는 막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맞붙지 않았다.

100%  승산이 없기 때문이였다.

산등성이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왕초는 숨을 죽였다.

또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왕초는 눈을 부릎떴다.

또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왕초는 갈기를 곤두 세웠다.

그의 머리에는 오직 하루 빨리 고개를 넘어 청바위 골에 가서 사랑하는 안해와 두 자식을 봐야 된다는 생각뿐이였다.

 

 

9:

시림업국관제센터가 또 다시 발칵 뒤집혔다.

동물이 출몰하기 쉬운 곳에 안장하였던 감시 카메라에서 륙속 호랑이의 모습이 포착되였기 때문이였다.

카메라를 확인한 결과 왕박사의 말대로 호랑이는 목부위에 심한 부상을 입었으며 목에 옥노까지 달고 있었다. 맥없이 고개를 드리운 호랑이를 발견한 왕박사는 안타까운 나머지 목소리마저 갈렸다.

“심각합니다. 심각합니다. 당장 헬기를 띄워주십시오. 그리고 시립병원에 지원을 요청해주십시오. “

왕박사는 림업국 장국장에게 명령하 듯 호소하였다.

호랑이의 상황은 인츰 시장 시위 서기에게까지 회보되였다.

동선을 살펴보면 호랑이는 아주 천천히,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며 민가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수풀을 찾아 몸을 숨기고 있었다.

카메라에 잡힌 호랑이의 사진을 시간대별로 배렬하고 보니    호랑이는 지금 쯤 삼림산 서쪽 청바위골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림산 서쪽 청바위골 부근에 무슨 민가가 있는지? 그리고 삼림산 청바위골 부근으로  통하는 인행로가 어떤 것이 있는지? 빨리 확인하고 안전에 주의하라고 긴급통지를 내리십시오. 그리고 실시간으로 매 5분에 한번씩 회보하라고 통지를 내리십시오.”

시위 서기가 명령을 내렸다.

통지는 인츰 각 림산작업소와 민가에 하달되였다.

각 향진에서 륙속 회보가 날아들었다. 

 인명사고나 위험현상은 없었다.

시장과 시위 서기가 안도의 숨을 내쉴 때 전화벨이 다급히 울렸다.

만덕향에 있는 홍기림산작업소에서 긴급전화가 날아들었다.

림시로 일하던 3명 일군이 오늘 오후 청바위골 방향에 있는 소수레길로 집으로 돌아가는데, 삼림산을 경유한다는 내용이였다.

“언제 퇴근했는데?”

장국장이 다급히 물었다.

“이제 20분 정도 되였습니다”

“그럼 당장 전화를 걸어 돌아오게 하라”

장국장이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그 쪽은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국장님”

“그럼, 집까지 도착하려면 얼마 걸리는데?”

“스키를 탔으니까 인젠, 아마 20분 정도면 도착할것입니다.”

“세사람인가?”

“네”

장국장은 세사람이라는 말에 다소 안도되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사람이 같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장국장이 시장과 시위 서기에게 회보하였다.

“위험합니다.”

시위 서기와 시장이 태도 표시를 하기도전에 왕박사가 소리쳤다.

“호랑이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며칠 동안 굶었을 것입니다. 가령 그들이 호랑이를 만난다면….”

왕박사의 말에 모두들 긴장한 눈길을 주고 받았다.

“삼림산 방향으로 헬기를 띄워 호랑이가 사람에게 덮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경고로 총을 쏘고 폭죽을 터뜨려서라도 호랑이가 사람에게 덮치게 못하게 해야 합니다. 빨리! 빨리! 빨리!”

왕박사의 말에 시위 서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출발하십시오. 하늘에서 헤매지 말고 림산작업소에서 마을로 통한 오솔길을 찾은 후 오솔 길을 따라 날아가라고 하십시오. 고도는 낮추면 낮출수록 좋습니다”

장국장이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린 장국장은 눈을 감았다.

헬기가 아무리 전속력으로 날아간다해도 20분 이상 걸리기 때문이였다.

 

10:

산위에서 미끌어지 듯 내려오는 세개의 형체를 보면서  왕초는 가운데서 내려오는 사람을 목표물로 정했다.

위험이 봉착할 때를 대비하여 사람이나 동물들은 흔히 가장 섬약한 자를 가운데에 넣고 보호한다. 

처음으로 두발 가진 동물과 대결하는  왕초는 숨을 죽였다. 긴장도 되였고 기대도 되였다. 

지난번에 “따웅!” 한방에 놀라달아나는 것을 직접 보았지만 두발 가진 짐승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그는 체험하고도 남았다.

그는 목에 걸린 철사를 내려다 보았다.

거미줄 같은 것이 이발로 물어 뜯어도 끊기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였다.

 “휙-!”

한사람이 언뜻 지나갔다.

철사에서 신물나게 맡았던 냄새가 코끝을 비웃듯이 스쳐지나갔다.

왕초는 침을 삼켰다.

빨간 모자를 쓴 두번째 목표물이 앞에 다가왔다.

“휙-!“

두번째 목표물이 앞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왕초가 몸을 날렸다.

“악!”

왕초는 오른 발을 들어 빨간 모자를 내리쳤다.

숫구멍을 얻어 맞은 빨간모자가 나 뒹굴었다.   

호랑이의 특기는 꼬리와 앞발이다.

앞발로 후려갈겨 정신을 잃게한후 목뼈를 꺾거나 다가가서 날카로운 송곳이로 먹이감의 숨통을 끊어버린다.

그러다가 이외의 공격을 받으면 꼬리를 빧빧이 세워 몽둥이처럼 후려 갈긴다. 

왕초는  비틀거리며  걸어가 얼굴과 몸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건으로 꽁꽁 동여 싼 비취를 내려다 보았다.

“호, 호랑이다! 사람 살리오!”

이외의 타격에 잠깐 정신을 잃었던 비취가 소리 질렀다.

비명소리는 고요한 찬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호랑이는 단번에 숨통을 끊어버리려는 듯  비취의 목을 찾아물었다.

 두터운 목수건과 솜옷만이 입안에 가득 들어왔다.

성이 난 왕초는 옷을 물어 뜯으며 발로 갈퀴질 하였다.

비취의 상의가 갈가리 찢겨 나갔고 하얀 젖가슴이 드러났다.

왕초는 터질듯 부풀어 있는 젖가슴을 향해 입을 벌렸다.

“죽어라!”

 왕초의 머리에 스키가 날아 들었다.

뒤 따르던 비취의 남편 왕곰보가 스키를 벗어들고  왕초의 머리를 내리친 것이다.

사랑하는 녀자가 눈 앞에서 호랑이 밥을 되는 것을 본 왕곰보는 눈에 달이 올라 두려움 없이  왕초에게 덤볐다.

 왕초가 비취의 젖가슴을 물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왕곰보가 허리에서 비수를 꺼냈다.

이외의 일에 대비해 아침에 차고 나갔던 비수가 생각났던 것이다.

하얀 눈발에 비친 비수는 서리발 쳤다.

왕곰보는 왕초의 뒤에 덮쳤다.

 왕초의 목에 비수를 박기 위해서였다.

“어이쿠!”

순간 왕곰보가 톱에 잘린 나무처럼 허리를 꺾으면서 물앉았다. 왕곰보가 번쩍이는 무엇을 들고 덮치는 것을 보았던 왕초가 기다란 꼬리를 휘두른 것이다.

번쩍이는 철사에 당했던  왕초다.

번쩍이는것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물어 뜯고 싶었던  왕초였다.

 바람이 휙 불어왔다.

왕초는 자기 앞에 꿇어앉은 사람의 몸에서 옥노에서 지겹게 맡았던 그 냄새가  풍기고 있음을 발견했다. 살려두어서는 안되였다. 그는 앞발을 들어 꿇어앉은 왕곰보의 얼굴을  내리 긁었다. 

앞이마가 벗겨져 마스크처럼 그의 입을 덮어버렸다.

왕곰보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비탈을 내리 달리던 쇼왕은 형님과 비의 비명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중대한 사고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하늘에서 헬기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사람 살려요!”

쇼왕은 모자와 손수건을 벗어 흔들며  헬기를 향해 구원을 요청하는 한편  사고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형님 왕곰보는 땅에 꼬꾸라진 채 마지막 숨을 내쉬는 것 같았고 형수 비취는 하얀 유방을 드러낸채 차디찬 땅우에 쓰러져 있었다.

두메터도 더 될것 같은 커다란 호랑이가 비취의 젖가슴에 이발을 박고  눈을 지그시 감은채 젖가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혀로 빨아삼키고 있었다.

 그날 저녁, 그가 껍질이 벗겨지도록 빨았던 젖가슴이다. 쇼왕의 눈에는 달이 올랐다.

그의 두눈엔 비취의 몸에 매달린 것이 호랑이가 아닌 한마리 개와 같았다. 

두렵지 않았다. 

쇼왕은 두리번 거리다가 형 왕곰보가 떨군 비수를 주어들었다.

 “죽어라!”

 쇼왕은 눈을 지그시 감고 헐떡이는 호랑이의 목덜미에 칼을 박았다. 

“어이쿠!”

그러나 칼은 반공중에 날아가 떨어지고 쇼왕만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쇼왕이 가까이에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왕초가  몸을 피하며 오른발로 쇼왕의 얼굴을 후려 갈겼던 것이다.

부채잎 같은 발은 쇼왕의 얼굴 절반을 날려버렸다.

쇼왕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땅에 쓰러져 버득 거렸다.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쇼왕의 몸에서도 그가 옥노에서 진저리나게 맡았던 냄새가 스물스물 풍겨왔다.  

왕초는 다시 비취의 젖가슴에 입을 대고 피를 빨아 먹으려다말고 몸을 일으켜 쇼왕의 목을 물었다.

목수건을 풀어던진 쇼왕의 목은 말랑말랑했다.

“뿌드득!”

쇼왕의 목덜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왕초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청바위골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는 머지 않은 곳에 청바위골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안해와 자식들이 자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알고 있으며 안해가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또 지금쯤 자기 새끼들이 에미의 젖가슴에 매달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초는 안해와 자식들에게 평생 먹어보지 못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는 휘청이면서 일어나 비취의 다리를 물고 뒤로 끌었다.

안해와 두자식에게 푸짐한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서였다.

 왕초는 헬기가 자기 곁에 내린 것도, 구조대원들이 자기를 둘러싼 것도 몰랐다.

“한고개만 넘어가면 되는데...고개 넘어 내 자식들이 기다리는데...내 안해가 기다리는데...”

안깐 힘을 쓰며 비취를 끌고 가던  왕초는 “쿵-!”하고 쓰러졌다.

고요한 정적이 골짜기를 덮었다.끝


연변문학 2019년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있다

[허강일 추리소설] 흉수는 바로 그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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