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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11)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43

민혁은 요즘 날마다 명절이다. 건설은행 안과장과 손잡고 가짜 차용증으로 문수에게서 300만원을 받기로 한 후 그의 마음은  훨훨 날 것만 같았다. 300만원을 다 받을 경우 절반은 주회장 사모님에게 드리고 나머지를 안과장과 둘이서 나눠가진다고 해도 70여만원이라는 목돈이 들어온다. 안과장의 치밀함을 잘 아는 민혁은 안과장과 대화할 때마다 전부 록음해두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마누라에게 출장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민혁은 요즘 날마다 술집아가씨를 끼고 호텔생활을 하였다. 20살 초반의 대학생 아가씨들을 불러들이고 일본 야동을 틀어놓고 지랄발광 하였더니만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졌다. 

오늘은 항공아가씨를 품어보기로 하였다. 탈진할 정도로 몸을 혹사한 상태에서 며칠을 건너뛰고 싶었지만 항공회사 아가씨가 래일 돌아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약속을 잡았다.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밖에 안됐다. 아가씨가 올 시간까지 아직도 한시간 남았다. 

민혁은 샤워도 하지 않고 침대에 꼬꾸라졌다.

“일어나!”

얼마나 잤는지 꿈속에서 경찰이 나타나 체포령장을 꺼내들었다.

“아니, 전 죄가 없는데요.”

민혁은 손사래를 쳤다.

“일어나!”

불현듯 민혁은 눈앞에 사람이 서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눈을 뜨고 보니 눈앞에는 얼굴이 갱핏한 사나이가 서있었다. 채양이 긴 모자를 꾹 눌러쓴 사나이는 여직껏 본 적이 없는 사람이였다.

“누, 누구시지요?”

민혁은 벌떡 일어나며 격투 태세를 취했다. 1대1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있는 민혁이였다. 무표정한 얼굴의 사나이가 손을 내밀었다.

“꺼내!”

“뭘?”

민혁이가 되물었다.

“차용증을.”

사나이의 랭랭한 눈길이 민혁의 전신을 훑어댔다.

“넌 누군데?”

선의를 갖고 나타난 사람이 아님을 알아본 민혁은 기선을 제압하려고 눈을 부릅떴다.  

낯선 사나이는 말이 없었다. 그 어떤 공격 태세도 취하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바로 민혁이야. 민혁! 살겠으면 돌아가. 돌아가란 말이야!”

민혁이가 눈에 독기를 품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사나이의 얼굴에 랭소가 스쳐지나갔다. 민혁이는 사나이가 무덤덤하게 서있자 오른손을 휘둘렀다. 근거리여서 능히 사나이의 턱을 강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였다. 사나이가 가볍게 몸을 피하며 한발 뒤로 물러섰다. 사나이의 몸놀림에서 민혁은 상대가 무술고수임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물러설 길 없는 판국에서 민혁은 상대방의 실수를 빌어 한방에 끝내버릴 생각을 하였다. 민혁의 생각을 읽은 듯 잠시 멈춰섰던 사나이가 불시로 왼손을 날렸다. 민혁이는 인츰 몸을 낮추면서 오른손으로 막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였다. 사나이의 오른손 팔굽이 관자놀이에 날아들었다. 왼손으로 공격하는 척하다가 몸을 비틀며 팔굽치기를 한 것이다. 떡메로 후려치는 느낌을 받으며 민혁은 쿵- 하고 침대 밑에 쓰러졌다. 민혁이가 가까스로 몸을 추스려 일어나자 사나이가 숨 돌릴 겨름도 없이 오른발을 들어 민혁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뿌드득!”

쇄골이 끊어진 듯 어깨 절반이 내려앉았다. 맞은 순간에도 민혁은 가령 머리 우에 떨어졌으면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놔!”

구겨져 쓰러진 민혁이를 보면서 사나이가 꼭 마치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네, 네, 알았습니다.”

민혁은 찌그러진 몸을 겨우 일으켜 가방을 열고 300만원짜리 복사본을 꺼내 사나이에게 주었다. 

“다시 한번 이 따위 것을 들고 나타날 때에는 영원히 잠자게 해주마.”

사나이가 민혁의 두눈을 찌를 듯이 오른손 두손가락을 펴들었다.

“아, 아니, 제발.”

민혁이가 황급히 두손을 내밀고 싹싹 빌었다. 빌면서도 민혁은 안과장 손에 원본이 있는 이상 까짓 거 새로 복사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민혁의 생각을 읽은 듯이 사나이의 눈길에 또 다시 살기가 뻗혔다.

“너, 아직 덜 혼났구나.”

순간 사나이는 오른손을 휘둘러 민혁의 턱을 후려갈겼다.

“뿌지직!”

이발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그그!”

민혁의 비명소리가 방 안에 넘쳤다. 민혁의 얼굴은 대번에 피범벅이 되였다. 입안에 건들건들거리는 것을 뱉어내자 끊어진 이발이 살점과 함께 묻어나왔다.

“죽으려고 환장한 것 같은데 아주 죽여주마!”

사나이가 오른손으로 민혁의 멱살을 쥐고 왼손 주먹을 쳐들었다. 이마에 꽂힌 날에는 구멍이라도 뚫릴 것 같았다.

“잘, 잘못했습니다. 제발!”

“누가 시켰니?”

“다, 다, 안, 안과장이 시킨 겁니다!”

민혁은 땅에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사나이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제부터 단 한번이라도 이런 일에 손을 대는 날에는 누가 죽였는지도 모르게 죽여주마!”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 다신 얼, 얼씬거리지 않겠습니다.”

기세당당하던 민혁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양아치로 살아오며 매를 자주 맞아봤지만 한방에 목숨이 드나들 정도의 호된 매는 처음 맞아봤다.

사나이는 민혁을 한참 노려보다가 차용증을 차곡차곡 개여 호주머니에 넣은 후 자리를 떴다. 너무나도 된통 당했기에 민혁이는 사나이가 떠나간 후에도 물러앉으면서 앓음소리도 못냈다.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으나 민혁은 대답 할 기운조차 없었다. 


44

진성실업의 진성 리사장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침형 CEO이다. 출근하여 의자에 앉자 미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변호사라고 아세요? 태평양실업 왕도 회장의 고문변호사.”

“소문을 많이 들었소. 그런데 왜 그래?”

미나의 목소리에서 불안한 마음을 읽은 진성은 다그쳐물었다.

“아니, 그분이 오늘 저하고 미팅을 좀 해보자고 하네요.”

“미팅을? 무엇 때문에 미팅을 하자고 하는지 안 물어봤소?”

“우리 남편의 신세도 예전에 좀 졌다고 하면서 오전 10시에 만나자고 하는데 어쩌면 좋을가요? 진성씨.”

미나는 남편과 라이벌관계의 회사 전속 변호사와 만나는 게 몹시 부담스러웠나 보았다.

진성은 주저없이 대답하였다.

“일단 만나보오. 어떤 의도로 만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당면에서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마오.”

“네, 알겠어요.”

“그리고 동방편직의 공장부지를 묻게 되면 당신은 그 부지에 대해 욕심이 없다고 말하오.”

“네, 알겠어요.”

미나가 말을 끊자 진성은 미나의 운전기사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밀착경호를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조변호사가 주회장의 마누라를 만났다는 보고를 받고 왕도 회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화가 잘되는 것 같구만.”

“네. 순순히 대답하네요.”

조변호사가 미나와의 대화내용을 상세히 전달하였다.

“제가 보기엔 진성실업은 동방편직 부지개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리유는?”

조변호사의 의견을 듣고 왕도가 되물었다.

“제가 판단하건대 진성과 주회장의 마누라는 련인 사이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사이임에도 주회장의 마누라는 안과장과 합의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성이가 그 땅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가령 진성이가 그 땅을 욕심낸다면 미나는 아무런 조건 없이 모든 것을 진성에게 의탁할 게 아니겠습니까?”

조변사의 일가견이였다.

“남자야, 남자야.”

왕도가 혼자말처럼 진성이를 칭찬하였다. 

“돈에 빠져 녀자의 뒤구멍을 따라다니는 치사한 놈이 아니야. 내 판단이 틀리지 않을 것이니까 마무리를 잘해보라고.”

“알았습니다. 회장님.”


미나가 약속장소인 보룽광장 커피숍에 나타난 것은 약속시간이 10분 지난 오전 10시 10분이였다. 오전이라서 그런지 커피숍은 한적하였다. 띠염띠염 앉은 화분 사이로 색스폰 연주 소리가 잔잔한 감성을 자극하듯 흘러나왔다. 미나는 망설임없이 제일 구석진 곳으로 걸어갔다. 

투명한 금테안경을 건 조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전에 가끔씩 보던 얼굴이였다. 태평양실업 왕도 회장의 전속 변호사였음에도 남편 주회장과도 상대적으로 량호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낯설지 않았다. 적당한 선에서 아주 명지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교류할 줄 아는 흔치 않는 인재라고 남편이 춰주는 것을 미나는 많이 들었다.

“반갑습니다. 지난번 주회장님의 장례식에서 보고 처음입니다. 자, 앉으십시오.”

조변호사가 선비티가 다분한 손을 내밀었다.

“네, 안녕하세요. 그날 저는 경황없다 보니 조변호사님이 오신 것도 몰랐어요. 후날 사진을 보고서야 조변님도 오신 줄 알았어요. 인사 못 드려 죄송합니다.”

미나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아니, 아니, 무슨 말씀을.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사모님.”

조변호사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하게 물었다.

“저는 블루베리 과일주스면 돼요.”

“네, 알았습니다.”

주문을 끝낸 조변호사가 주위를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사모님도 바쁘신 분이니까, 요점만 말해봅시다.”

“네, 좋아요.”

미나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문수에게 꿔준 3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네.”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회장에게서 직접 들은 건 아닙니다만 주회장은 그 땅을 개발할 목적으로 돈을 꿔줬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원금에 리자까지 돌려주면야 다른 문제이지만.”

“맞아요. 리자돈을 제때에 갚지 못할 때에는 그 부지를 내놓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조변호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가령 주회장님이 생전이라면 몰라도 부동산 개발이라는 게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도박과 같은 것은 물론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장담을 못하는 일입니다.”

“그렇겠지요. 돈이 그렇게 쉽게 벌어지겠어요.”

미나가 과일즙을 빨대로 한모금 빨아 삼키면서 대답하였다.

“오늘 제가 보자고 한 목적은 사모님의 의향을 들어보기 위해서입니다.”

조변호사가 미나의 눈을 직시했다. 마음의 변화를 읽으려는 것이였다. 그런 조변호사를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 미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전 사실 그 부지에 대해 욕심이 없어요. 제가 사업가도 아니고 아이도 아직 어린 상황에서 저는 하루 빨리 해탈하고 싶습니다.”

“좋습니다. 저희들에게는 주회장님이 리자돈을 풀었을 때의 리자보다 더 많은 돈이 생기게 해드릴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러나 단 한가지, 약속은 철같이 지켜야 하고 입은 철저히 닫아야 합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그런데 저는 이미 안과장과 이미 계약을 하였는데요.”

미나가 걱정스레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안과장의 생각이고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습니다.”

조변호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조변호사는 말이 새여나갈 것을 의식한 듯 종이장을 꺼내놓고 끄적거렸다. 

미나의 두손이 저도 모르게 앞가슴에 포개졌다. 그만큼 상대방의 제안은 파격적이였고 유혹이 넘쳤다. 미나의 심장박동은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미 준비작업을 마쳤습니다. 누가 어쩌든 아무런 내색도 내지 말고 기다려주십시오.”

미나와 조변호사는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헤여졌다.


45

하인처럼 부려먹던 민혁이가 이슬처럼 사라졌다. 전화도 꺼버리고 얼씬거리지도 않았다. 누구한테 물어봐도 민혁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목돈을 코 앞에 두고 잠적했다는 건 례사로운 일이 아니다. 분명 불미스런 일이 생겼을 것이다. 공안국의 인맥을 통해 민혁이가 혹시 공안에 잡혔는가 물어보아도 감감무소식이였다.

“바보 같은 새끼!”

안과장은 시원한 얼음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욕해댔다.

문수에게서 돈을 받으려면 민혁이가 있어야 한다. 지난번에 민혁이는 문수 앞에서 일주일 후에 차용증 원본을 갖고 돈 받으러 간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 대가로 안과장은 민혁이와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300만원을 받아서 절반은 주회장의 마누라 강미나에게 주고 절반은 민혁이와 둘이서 나누기로 했다. 

안과장으로서는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장사였다. 가짜 차용증을 들고 갈 사람도 민혁이다. 그가 나설 필요가 없다. 가짜 차용증을 들고 갔다고 해서 중범죄가 되는 건 아니다. 안과장은 최악의 경우를 념두에 두고 민혁이를 앞에 내세웠다. 그런데 민혁이가 사라졌다. 돈 받으러 가기로 한 날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민혁은 아무 소식이 없다.

행여나 하고 전화를 다시 한번 걸어보았지만 전화는 꺼져있었다. 

“제길, 네가 아니면 내가 일을 못할가봐?”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이 들었다. 심부름 몇번에 70만원을 주기로 한 것이 배 아팠던 안과장이다. 

안과장은 민혁의 부하들 중에서 괜찮은 애들 몇사람을 찾아보았다. 생각이 단순하면서도 우직한 느낌을 주었던 종구가 먼저 떠올랐다. 대답한 일은 목숨을 내걸고 한다고 해서 메돼지라는 별명을 얻은 종구였다. 

“돈 벌 의향이 있으면 한번 와보라.”

“네, 알겠습니다. 안과장님.”

종구가 걸걸하게 대답하였다.

“혼자 오지 말고 단단한 사람 네댓명을 불러 같이 오라…”

“네, 알겠습니다.”

종구에게 안과장은 재록신과 같은 존재이다.

술집이나 음식점에서 안과장을 만나는 날이면 언제나 공짜로 먹었다. 안과장이 먼저 나가면서 슬쩍 계산해주었기 때문이였다. 여지껏 민혁이를 통해서만 안과장과 련락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안과장이 직접 련락이 왔고 애들까지 몇을 데리고 오라고 한다.

안과장에게 잘 보일 절호의 기회이다.

종구는 주먹질도 꽤나하고 빚받이에 이골이 튼 정예멤버들을 거느리고 ‘빠장군 사천료리’ 3층 VIP 방에 들어섰다. 

체격과 눈매를 살펴보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던 안과장이 가죽 가방을 열었다. 얼핏 보기에도 만원짜리 묶음이 여러개 있는 것 같았다. 

“첫 인사다. 받아라.”

안과장은 종구 일행이 자리에 앉자마자 회전밥상 우에 만원짜리 돈묶음을 다섯개 올려놓았다. 애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서로를 쳐다볼 뿐 덥썩 잡지 못했다.

“안과장님의 성의인데 받자.”

종구가 선참으로 돈묶음 하나를 쥐자 나머지 패들도 하나씩 챙겨가졌다. 민혁의 밑에서는 일이 끝난 다음에 기껏해야 몇천원씩 얻어가졌던 얘들인지라 돈 앞에서 흥분되여있었다.

“고맙습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종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개를 숙이자 기타 애들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충성 맹세를 하였다. 

“그런데 얼굴은 흉터 자국이 생겼구나.”

안과장이 종구의 얼굴을 보다가 놀란 듯 물었다.

“재수없이 당했습니다. 벽돌장에…”

종구가 말하기 싫은 듯 웃었다.

“하마트면 눈이 크게 상할 번했구나…”

안과장이 혀를 찼다. 

사실 안과장은 종구가 문수를 붙잡으러 갔다가 정체 모르는 낯선 사나이에게 얻어터졌다는 소식을 민혁으로부터 전해들었다. 그러나 지금 모르쇠를 대고 묻는 것은 자기와 민혁의 관계가 소문처럼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님을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이제 며칠 더 있으면 너희들은 한 사람이 몇만원씩 가지게 될 것이다.”

안과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종구네 패들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안과장님. 저희들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제외하고는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종구가 대답하였다.

안과장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네는 내가 준 계약서를 문수한테 들고 가서 돈 받으러 왔다고 말하기만 하면 돼.”

“그런 일이야 뭐, 식은 죽 먹기지요 뭐.”

“전제는 단 하나, 일이 끝날 때까지 문수를 잡고 있어야 한다. 할 수 있겠니?”

안과장이 물었다.

“네. 자신 있습니다.” 

얘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였다.

“좋다. 일이 끝나는 대로 30만원을 너희들 계좌에 넣어주겠다.”

“문수를 잡지 못하면 내 손목을 자르겠습니다.”

종구가 호기있게 내뱉었다. 돈 앞에서 젊은 심장은 미쳐가고 있었다. 

속셈이 빠른 안과장은 오늘 장사가 아주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통이 크게 5만원을 푼 것 같지만 안과장으로서는 밑진 게 하나도 없다. 민혁이와 같이 일하게 되면 150만원을 절반씩 나누어야 했으나 이들과 같이 하면 35만원이면 깨끗하게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였다.

안과장은 종구에게 차용증을 주었다. 

“모레가 마지막 날이니까 래일 저녁부터 감시하다가 모레 저녁에 쳐들어가라.”

“옛, 알겠습니다. 형님!”

애들이 우르르 일어나며 경례를 올렸다. 돈 몇만원에 어느새 형님으로 탈변했다.


46

빈방 안을 거닐면서 안과장은 하나하나 체크해보았다. 만단의 준비가 끝난 것 같지만 어쩐지 불안했다. 금방 된다고 하던 차용증 공증이 차일피일 밀리기 시작하였다. 예전에는 돈만 찔러주면 별의별 공증을 다 하였건만 요즘은 돈발이 잘 먹히지 않았다. 돈을 감히 받지 못했고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답이였다. 

안과장은 일이 진행하는 대로 미나에게 보고하였다. 문제없이 할 거니까 걱정 말라고 하였다.

“수고하세요. 좋은 결과를 기다립니다.”

돈을 받을 시간이 닥쳐오니까 긴장되여서인지 미나는 긴 말을 하지 않고 단답형식으로 전화를 끊었다.  안과장은 그런 미나를 개의치 않았다. 어떻게 계산해봐도 300만원에는 자기 몫이 있었다. 생각 대로 문수에게서 300만원을 받게 되는 날에는 미나와의 약속 대로 절반을 가지게 된다. 절반이면 150만원이다. 150만원을 민혁이와 함께 절반씩 나누기로 했으나 민혁이가 실종되였다. 종구네 패들은 30만원에도 환장할 정도로 좋아했다. 얼핏 계산해봐도 100만원 이상이 떨어지는 장사였다. 

그리고 300만원을 못 받을 경우에는 공장부지를 빼앗으면 된다. 미나를 앞에 내세우고 투자자를 끌어다가 동방편직의 부지를 개발하면 대박인생이 예고된 것이다.

공안과 법원, 검찰원 사람들이 정복차림으로 나타나면 던져주는 메세지가 강렬하다. 최악의 경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안과장은 친분이 있는 법조계 친구들에게 필요시 동행하여줄 것을 바랐다. 두툼한 돈뭉치를 찔러주었더니 모두가 흔쾌히 동의하였다.

안과장은 기쁜 나머지 아침식사를 마치자 미나에게 전화를 넣었다.

“아침식사를 하셨나요?”

“아니, 지금 하고 있어요.”

저쪽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 전화를 받는 모양으로 보모와 아이의 웃음소리까지 들려왔다.

“좋은 소식 알려드릴게요. 이번에 저는 저의 인맥을 몽땅 동원하였습니다. 공안국, 검찰원, 법원의 친구들까지 동원되였으니까 모든 게 생각 대로 될 것입니다.”

“알았어요. 수고했습니다.”

“제가 땅이든 돈이든 두가지 중에 어느 한가지라도 안겨줄 거니까 걱정 마십시오.”

“알겠어요.”

역시 담담한 목소리였다. 안과장은 너털웃음을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47

조변호사와의 미팅을 마친 미나는 인츰 진성을 찾아갔다. 동창의 신분으로 만나기에 거침 없었다. 오히려 숨어서 만나면 더욱 해괴한 소문이 돌 수 있다는 판단하에 두 사람은 공개적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걸 보세요.”

미나가 조변호사가 제기한 내용을 진성에게 보여주었다. 한번 쭉 읽어 본 진성이 물었다.

“당신은 돈만 받으면 되겠지?”

“네. 한번에 끝내고 이번 일에서 해탈하고 싶어요.”

진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종이에 적힌 내용을 반복적으로 훑어보다가 물었다.

“태평양실업에서 문수가 진 빚을 대신 안고 간다? 그말이지?”

“네.”

“그럼 문수와 왕도 회장은 어떻게 할 타산인지? 그냥 돈을 줄 수는 없을 것이고…”

진성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사색을 굴렸다.

“나머지 일은 자기들이 알아서 한다고 했어요. 저 보고는 돈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300만원에 리자까지 합쳐 400만원을 준다. 그리고 아빠트를 한채 준다고?”

“네.”

진성은 잠간 호흡을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거래요. 일단 동의하고 돈을 먼저 받소. 변호사는 내가 우리 변호사를 내세울 테니까,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도 없도록 해놓을게.”

미나는 진성이가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하였다. 진성은 미나에게 절대 말을 흘리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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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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