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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13)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52

절기는 소한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청도는 일년에 한두번 밖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 소한날에도 하늘은 활짝 열렸고 바람도 맵짜지 않았다.

공안국 부국장 강호는 집안에서 간단히 격투 련습하면서 아침밥이 되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창밖에서 경찰차가 경보기를 울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차가 아침 일찍 경보기소리를 내며 달릴 리유가 없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강호가 창문으로 내려다 보니 경찰차가 쏜살같이 서쪽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형사경찰대장 마초의 전화였다.

“강부국장님, 호텔에서 죽은 시체가 발견되였다고 합니다.”

“어느 호텔에서?”

“힐든호텔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지금 현장으로 출동중입니다.”

“알았소. 먼저 가보고 새로운 상황이 있으면 수시로 보고하시오, 나도 인츰 갈 거니까.”

웬만해서는 마초가 전화를 걸어오지 않음을 아는지라 강호는 간단명료하게 지시하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5성급호텔에서 시체가 발견되였다는 것은 그리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님을 잘 아는 강호는 샤워도 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전화벨이 울렸다. 강표의 전화였다.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온 적이 없는 강표가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은 이외의 정보가 있음을 말한다.

“크, 큰일 났습니다.”

강표가 다급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

“천천히 말해라. 무슨 일이 있는데?”

“죽었습니다.”

“누가 죽었는데?”

“안, 안과장이 죽었습니다.”

“뭐라? 누가? 안과장이 죽었다고?”

“네, 건설은행 안과장이 죽었습니다.”

“어디서?”

“힐, 힐튼호텔에서 죽, 죽었습니다.”

가려의 전화를 받은 즉시로 강호에게 전화를 넣은 강표였다.

“알았다.”

강호는 총알같이 달려내려가 힐든호텔으로 향했다. 경찰들이 들락거리고 호텔 사업일군들이 당황한 기색으로 복도를 오가며 사처에 전화를 넣고 있었다. 사복차림의 강호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강호는 강표가 알려줬던 대로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곧바로 걸어갔다. 안과장의 시체는 힐든호텔 10층 고급룸에 있었다. 온몸의 혈관이 다 파렬된 것처럼 몸은 검푸르게 변했고 아직도 흥분상태인양 얼굴에는 미소가 남아있었다. 간밤에 질펀하게 놀아댄 것처럼 침대는 마구 뒤죽박죽이 되여있었다.

“어떻게 발견했는데?”

강호가 물었다.

“이 녀자입니다.”

호텔 보안일군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려를 앞에 내세웠다.

“자… 자고 깨여나니 죽었더라구요.”

대답을 마친 가려는 선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사람이 죽었다고 소리치길래 달려올라와 보니 남자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보안일군이 말했다. 호텔 메니저도 달려왔다.

“이분들이 어제 처음 호텔에 투숙했습니까?”

강호가 물었다.

“아니, 그저께부터 이 남성분이 투숙하였습니다. 은행에 계시는 분이라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들은 녀성분과 함께 있은 줄은 몰랐습니다.”

호텔 메니저가 황당한 어조로 대답했다.

형사경찰대장 마초가 법의와 함께 달려왔다. 시체를 두루 살피던 법의는 거멓게 터진 혈관들을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심혈관 질병으로 잘못된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혈관이 파혈된 건 처음 봅니다.”

마초가 울고 있는 가려를 보다가 옆의 경찰에게 눈짓하였다. 경찰이 가려를 끌고 나갔다.

“강호 부국장님, 이쪽의 정황은 이미 기본상 조사가 끝났습니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마초는 강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 나갔다. 시체가 실려나가고 방 안에는 강호와 그의 수사팀들만 남았다. 강호는 마초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안과장의 유물들을 하나하나 챙긴 후 방을 떠났다.

안과장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도시는 또 한번 들썩이였다. 왕뢰 국장과 등부 시장도 달려왔고 긴급회의를 소집하였다. 처음으로 사건현장을 접수했던 형사경찰대장 마초가 소개를 했다.

“제가 봤을 때에는 너무나도 흥분한 상태에서 자연사한 것 같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 부국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왕뢰 국장이 물었다.

강호는 잠간 사색에 잠겼다가 말문을 열었다.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알겠습니다만 저는 이 사건을 타살이라고 봅니다.”

강호의 말에 장내는 웅성이였다.

“이 사건과 주회장의 사건은 분명 련관되여있으며 가능하게 범인은 한 사람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강호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될가요?”

왕뢰 국장이 말했다.

“사실 주회장 살인사건은 거의 륜곽이 드러난 상태였습니다.”

“주회장은 자연사라고 결론이 난 게 아닙니까?”

형사경찰대장 마초가 반문했다.

“자연사라고 결과가 난 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건대 타살이였습니다. 그래서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타살로 확정됐고 수사도 상당한 진도를 가져왔습니다.”

강호의 어조는 단호하였다.

“수고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저는 지금 결과를 듣고 싶습니다. 살인범을 잡았다는 결과를…”

차를 한모금 마시던 등부 시장이 한마디 던졌다.

“결코 잡아낼 것입니다. 안과장의 죽음 때문에 살인범의 륜곽은 더욱 빨리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왕뢰 국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마디 한 적 있습니다. 한 사람을 죽여서 끝날 것이 아닐 것이라고…”

왕뢰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살인범을 잡겠습니다. 더 이상 련쇄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당과 정부에서 시름놓을 수 있는 답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답을 마친 강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군례를 올렸다.

“저와 등부 시장은 강호 부국장을 절대적으로 밉습니다. 강호 부국장을 중심으로 각 부문에서 모든 요구에 절대적으로 따라주기를 바랍니다.”

왕뢰 국장과 등부 시장이 군령장을 내렸다. 장내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53

공안국 부국장 강호의 시간은 팽팽 돌아갔다. 안과장의 죽음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였다. 강호는 먼저 안과장을 밀착했던 강표를 불렀다.

강표는 최근 몇주 동안에 누구를 어데서 어떻게 만났고 어떤 얘기들이 오갔다는 것들을 아는 것 만큼 상세하게 제공했다. 안과장이 홍콩의 투자상인을 만났다는 대목에서 강호는 피끗 예감이 들어 말허리를 잘랐다.

“홍콩투자상인을 만났다고?”

“네. ”

“그래, 언제 만났는데?”

“그저께. 저는 두분이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보고 돌아서 나왔습니다.”

강표가 말했다.

“알았다. 가자.”

강호가 강표를 데리고 홍콩투자상인과 안과장이 커피를 마시던 힐튼호텔을 찾아갔다.

카운터 직원들도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녀성분도 이 호텔에 투숙했댔는가요?”

강호가 물었다. 

“아니요.”

카운터 아가씨가 고개를 저었다. 

“언제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커피석을 예약했어요. 오전 10시로.”

“그래서?”

강호가 다그쳐 물었다.

“안과장이란 분이 먼저 오고 그분은 열시 정각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어요.”

카운터 아가씨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호텔에 들지 않았다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고?”

“그래서 저희들도 의심스레 생각하고 있어요.”

호텔지배인이 달려왔다.

강호는 감시카메라를 켜라고 지시하였다. 카메라를 살펴본 결과 카운터 아가씨 말 대로 홍콩투자상인은 오전 열시 정각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홍콩상인 뒤로는 보디가드 두 사람이 따라붙어 내렸다. 카메라로 들여다봐도 위풍당당했다.

선물교환하는 것도 보였지만 무엇을 교환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감시카메라인지라 사람의 얼굴  형태는 그리 밝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담한 중년녀성인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서부터 승용차에 앉아 떠나기까지 강호는 눈뿌리 빠지게 지켜보고서야 일어났다.

“그 녀자가 탄 벤츠 승용차를 추적해라. 그리고 보디가드처럼 나섰던 남자들도…”

강호는 수행 경찰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지배인에게 돌아섰다.

“중대한 사건인 것 만큼 최대한 협조해주기를 바랍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배인이 두손을 맞잡고 대답하였다.

“복도에도 카메라가 있겠지요?”

“네. 있습니다. 화장실과 침실을 제외한 모든 곳에 카메라가 다 있습니다.”

지배인이 보안시스템이 잘돼여있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듯이 강호의 물음이 떨어지자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오늘 중으로 저 녀자가 어데서 어떻게 들어왔으며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카메라를 다 뒤집어서라도 찾아내십시오. 날아서 들어온 건 절대 아니니까… 그리고 결과를 빠른 시일 내에 보내주십시오. 알겠습니까?”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배인의 말을 들은 강호는 명함장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저 녀자가 어쩐지 얼굴이 익숙합니다.”

뒤따르던 강표가 시부렁거렸다.

“그래?”

“네, 어데서 봤는지 잘 모르겠지만 얼굴이 익숙합니다.”

강표가 걸음을 멈추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잘 생각해봐라.”

강호는 말을 마치고 혼자서 차를 타고 떠나갔다.


잠시 후 강호가 나타난 곳은 바로 주회장 댁이였다. 넓다란 별장에는 주회장 마누라 미나가 혼자 있었다.

“이 넓은 집에 혼자서 사는가요?”

강호가 물었다.

“아니, 보모와 아들과 함께 삽니다.”

“아, 네. 집을 잠간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

“네, 그러십시오.”

미나는 부랴부랴 옷을 정리해 입고 길 안내에 나섰다. 어데도 특별한 곳이 없었다. 층마다 감시카메라가 있었고 마당에도 감시카메라가 다각도로 설치되여있었다. 파리 한마리 얼씬 못할 보안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었다.

“안과장의 손에서 문수가 쓴 차용증이 나왔습니다.”

강호가 미나의 얼굴 변화를 지켜보며 말을 던졌다.

“저…”

미나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여기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으면 재미 없습니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면 사모님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생각하고 계시겠지만 안과장의 죽음은 300만원짜리 채무와 관계되여있습니다.”

미나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안과장은 욕심을 내려다가 잘못됐구요.”

강호의 말에 미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가 입을 열었다.

“사실, 안과장이 들고 있는 차용증은 가짜이예요.”

“알고 있습니다.”

“네?”

미나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알 건 다 알고 있음니다만 확인하러 왔을 뿐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말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네, 알겠어요.”

미나는 남편과 안과장의 관계, 자기를 찾아와서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하던 일이며 어떤 방법으로 추진하겠다던 일이며 모두 사실 대로 불었다. 둘이 만나 불륜관계를 저질렀다는 말을 빼고는 다 불었다.

“안과장과 사모님이 이루빠에서 잘 만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강호가 미나의 약점을 찔렀다. 나중에 곰상곰상 말을 듣게 하기 위해서였다.

“네?”

미나의 두눈이 당장 튀여나올 듯 커졌다.

“그냥 알고만 있을 것이니까 앞으로 절대적인 협조를 부탁합니다.”

“네, 제, 제발.”

미나가 눈물이 글썽해 애걸복걸하였다.

“처음에는 약물에 속아 당했다가 나중엔 안과장이 돈을 찾아주겠다고 하기에 방법없이… 흑흑흑… 제발 부탁합니다.”

“법은 나쁜 사람을 잡기 위해 있는 것이지. 좋은 사람을 다치게는 안합니다. 협조를 잘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걱정 마시고.”

강호는 몇가지 더 확인하고 자리를 떴다. 강호가 사라질 때까지 미나는 멍하니 선자리에 서있었다.


54

홍콩상인이 탔던 차량에 대한 검색결과가 나왔다. 금도모델학교에서 세를 낸 차량이였다. 강호는 경찰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달려갔다. 

금도모델학교에는 그날 보디가드로 나섰던 젊은 남자과 운전기사 및 벤츠 승용차까지 모두 대기하고 있었다. 살인사건에 련루된 것 만큼 이들은 추호의 태만도 없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었다. 차량은 이벤트회사에서 새로 구매하여 온 최신형 벤츠였으며 보디가드들은 모델학교에서 청해 온 젊은 이들이였다. 강호는 학교를 둘러보았다. 입구부터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여있었다. 

공안국 부국장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모델학교 교장이 달려나왔다.

“어떻게 된 것인지, 사건의 경위를 설명해주십시오.”

강호가 뜨거운 차를 건네주는 교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살인사건에 련루되였는지라 교장은 잔뜩 긴장하여 떨고 있었다.

“사실, 저희들은 그 녀성분을 잘 모릅니다. 본 적도 없고…”

교장의 말이였다.

“본 적도 없다고?”

강호가 날카로운 눈매로 교장을 쏘아보았다.

“네. 며칠 전에 저의 학교에 키가 크지 않고 얄팍하게 생긴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면서 몸집이 좋은 청년 네명과 최신형 벤츠 차량 석대를 임대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강호는 묵묵히 들으면서 계속 말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반날 동안만 사용하면 되지만 비용은 푼푼히 지불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보시다싶이 우리 학교에는 벤츠 차량이 없습니다. 때마침 이벤트회사에 최신형 벤츠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저희들은 사건 당일 반날 동안 임대하였지요.”

교장은 잠간 말을 끊었다가 계속하였다.

“차량 임대비 6천원에 보디가드 네사람 임대비까지 토탈 만원이면 충분했지만 그 사람은 통이 크게 만 5천원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사람 얼굴은 정확히 기억하고 계십니까?”

강호가 물었다.

“네. 얄팍하고 민첩하게 생긴 사람이였습니다. 마침 우리 감시카메라는 그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지금 보여드릴가요?”

“네, 봅시다.”

카메라를 뒤로 돌리자 채양이 긴 모자를 눌러 쓴 사람의 모습이 나왔다. 학교건물을 살펴보는 듯 고개를 쳐드는 순간 강호는 하마트면 소리를 지를 번했다.

“다, 다시 한번 봅시다.”

강호가 카메라를 뒤로 돌리라고 하였다. 모델학교 직원이 카메라를 뒤로 돌려 그 사람의 사진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순간 강호의 눈길이 굳어졌다. 자기의 비리성적인 변화를 의식한 듯 강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교장에게 말했다.

“카메라 메모리를 주십시오. 돌아가서 판독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교장에게서 카메라 메모리를 넘겨받은 강호는 가까스로 흥분을 억제하고 수사를 이어나갔다. 그는 차를 한모금 마시고 보디가드로 따라나섰던 네 청년에게 물었다.

“그 녀성분은 당신들을 만나 무슨 말을 했습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핸드백을 하나 주면서 상담이 끝난 후 손을 내밀면 가져다달라고 하였을 뿐입니다.”

선물을 가져다주었던 청년이 말했다.

“자연스럽게 해달라고만 하였습니다. 홍콩드라마에서 보스를 따라다니던 보디가드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럼 차량은 어떻게 이동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강호는 벤츠를 운전했던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호텔에서 나온 후 저희들은 인츰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고속도로에 오르자마자 녀인은 촬영리허설이 끝났다고 하면서 머리를 다시 매더구만요. 안경도 벗고…”

녀인을 싣고 달렸던 운전기사가 말했다.

“얼굴은 기억할 만합니까?”

“글쎄… 잠간 본 얼굴이라서… 얼굴은 크지 않고… 단아한 모습이였습니다.”

“어데까지 갔댔습니까?”

“고속도로에 올라 쏜살같이 달렸지요. 그러다가 얼마 안 가서 고속도로 우에서 내렸습니다.”

“그럼? 누가 마중하던가요?”

강호가 의아스레 물었다.

“아니, 콜택시를 부른 것 같았습니다.”

알 것 같았다. 강호는 경찰에게 진일보 수사하게 한 후 자리를 떴다.


공안국에 돌아온 강호는 바로 왕뢰 국장 사무실로 달려갔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온 강호를 보고 왕뢰가 물었다.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이렇게 다급히 달려왔소?”

“찾았습니다. 찾았습니다.”

“찾다니?”

왕뢰가 되물었다.

“고파, 우리 삼총사 중의 한 사람인 고파를 찾았습니다.”

“그래? 어데 있는데…”

왕뢰도 기뻐서 펄쩍 뛰였다.

강호는 감시카메라 메모리를 꺼내 컴퓨터에 꼽았다. 사람 얼굴이 나타났다.

“옳소. 고파가 옳소.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지?”

 화면을 들여다보던 왕뢰가 물었다.

“안타깝게도 고파가 이번 살인사건에 련루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아마도 이번 살인사건에 련루된 것 같습니다.”

강호가 대답하였다.

왕뢰 국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호와 왕뢰는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결과가 어떻든 일이 더 크게 번져지기 전에 고파를 찾아야 하오.”

왕뢰가 강호의 손을 잡았다. 강호는 자기와 마찬가지로 왕뢰 국장도 손을 떨고 있음을 느꼈다. 왕뢰 국장이 불시로 강호의 어깨를 잡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고파를 찾아내오.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서라도 고파를 찾아내야 하오. 그리고 위챗에 나와 당신이 고파를 찾는다는 메세지를 띄우라고… 그 옛날 3총사 고파를 찾는다고 절절하게 띄워보오.”

잠시 동안이였지만 왕뢰와 강호는 대방의 눈이 충혈되여 감을 발견하였다. 그만큼 예감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과장의 사인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 급발성 심근경색이였다. 급발성 심근경색이라면 자연사라고도 할 수 있다.

“죽은 결과를 보면 자연사가 분명하지만 이상한 것은 신체 대면적에 퍼런 멍이 든 것입니다. 말하자면 혈관 전체가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파렬되였다는 것을 말합니다.”

법의가 사진첩을 덮으면서 말했다. 강호와 공감이 가는 결과였다.

“국과수에서는 소식이 있는가요?”

강호는 국가과학수사대에 의뢰했던 약물에 대한 분석 결과를 물었다.

“아직 결과가 없습니다.”

“국과수의 분석결과가 나온 다음에 공포해도 늦지 않으니까, 잠시 입을 다물어주십시오.”

강호 부국장은 법의에게 당부하고 나왔다.


55

강표는 안과장과 만났던 홍콩투자상인의 얼굴을 떠올려보자고 모진 애를 다 썼다. 분명 어데선가 본 얼굴인 것 같은데 쉽게 떠올려지지 않았다. 혼자서 끙끙 앓던 강표는 사채업자 장보에게 위챗으로 메세지를 넣었다.

“형님, 소주 한잔 하시지요?”

답답할 때 불러서 술을 마시기에는 장보만한 친구도 없다. 한밤중에도 불러서 술을 마실 수 있고 이쁜 아가씨도 함께 꼬셔보기도 하였다.

장보에게서 인츰 회답이 왔다. 맨 짜증나는 일만 생겨 죽을 지경인데 잘됐다면서 ‘따농남’ 꼬치집에 가서 한바탕 취해보자고 하였다. 최근들어 장보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는 사촌형인 왕도가 눈을 감아준 덕분에 왕도의 이름을 빌어 사채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인물이 되였으나 요즘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나의 이름을 팔고 사채업을 하는 날에는 용서하지 않겠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 왕도는 장보의 부모형제가 다 있는 앞에서 엄포를 놓았다. 사채란 돈을 대주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왕도가 최후통첩을 내린 상황에서 누구도 쉽게 장보에게 돈을 대주지 않았다.

“뭘 해도 인젠 하나도 재미 없어.”

강표의 차에 올라타면서 장보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은 살아가는 데 걱정 없을 만큼 돈을 벌었잖소. 내 같은 게 답답하지…”

강표가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이 장보를 힐끗 바라보았다.

“글쎄 먹고 사는 건 걱정 없지만 이 바닥에서 흔들거리며 살려면 가만 있을 수는 없잖니?”

“안과장이 죽었다는 게 참 리해가 안된다.”

장보가 맥주 한잔에 작은 꼬치 하나를 날아갈 듯 삼키면서 말했다.

“하긴…”

강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회장이 죽은 다음 그 라인들은 이젠 거의 끝났어. 안과장까지 죽었으니…”

“민혁이는 왜 보이지 않소?”

강표가 물었다.

“보나마나 당했겠지.”

장보가 십중팔구 짐작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에게 당했단 말이지?”

“보다싶이 문수에게 관계되는 일에 삐쳤던 사람은 다 당했다. 봐라, 나와 우리 패들도 문수 동생 정호를 붙들었다가 당했고 그리고 문수를 잡았던 패들도 당했다. 내 보기엔 분명 그 사람에게 당했어. 민혁이가 말이다. 안과장 밑에서 문수를 괴롭혔으니까 당할 만하지…”

장보의 말은 도리가 있었다.

강표가 휴대폰을 꺼냈다.

“형님, 이 녀자를 알만 한가 한번 봐주오.”

홍콩투자상인의 사진이였다. 강표가 면목이 있는 것 같다고 하기에 공안국 부국장 강호가 특별히 제공해준 사진과 동영상이였다. 장보의 량미간이 찌프려졌다. 사채업을 하면서 발달한 건 판단력과 식별력이다.

“나도 본 적 있는 얼굴이야.”

“어데서?”

강표가 다급히 물었다.

“보자, 동영상을 틀어봐라, 걸음걸이를 보게.”

장보가 턱을 주먹으로 고이고 앉아 동영상을 반복해 보았다.

“바로 지난번 문수와 정호가 나타 난 날. 홀리데이호텔에서 봤어.”

장보가 확신적으로 말했다.

강표도 저도 모르게 박수쳤다.

“옳소. 바로 그 녀자 맞는 것 같소.”

장보가 의혹에 찬 눈으로 강표를 쏘아보았다.

“넌, 그날에 없었겠는데.”

“마당발로 사는 게 딱 눈앞에 나타나야 맛이요?”

강표가 으시댔다.

“너 나를 미행했구나.”

장보가 눈에 독기를 품었다.

“형을 미행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미행했지.”

“다른 놈을?”

“그렇지.”

“개새끼, 이 형을 배반하는 날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질 줄 알아라.”

장보가 롱담 반 진담 반 내뱉았다. 강표가 일어났다.

“형님, 나 오늘 일이 바빠서 먼저 가봐야겠소.”

“아니, 네가 먼저 먹자고 해놓고 달아나면 어쩌니?”

“형님, 진짜 급한 일이 있어서, 미안…” 

강표는 장보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달려나갔다.

“씨팔!”

장보가 한상 가득 시킨 꼬치를 보면서 투덜거렸다.


56

강호가 사복차림의 경찰을 데리고 홀리데이호텔에서 카메라 식별에 나섰다. 대형 호텔인 것 만큼 카메라 메모리도 그만큼 컸다. 일년 이상 카메라 기록을 보관한다고 하였다. 강표의 기록은 언제나 정확했다. 그는 언제 어데서 누가 누구와 만났다는 것을 날자와 시간 대로 다 분류해놓고 제공했다.

“이 시간대 카메라 기록을 봅시다.”

강표가 제공한 시간표 대로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가 그날의 기록을 뒤지자 문수와 하나꼬라는 녀자의 얼굴이 나왔다. 사진과 동영상을 번갈아보는 강호의 눈빛이 매섭게 변해갔다. 힐튼호텔 커피숍에 나타났던 녀자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강호는 힐튼호텔 커피숍에서 받은 녀자의 동영상 사진을 꺼내 호텔 직원들에게 보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힐튼호텔 커피숍에 나타났던 녀자와 하나꼬가 동일한 사람인 것 같다고 하였다. 동일 인물인지는 이제 여러가지 데이터를 놓고 국과수에 의뢰해 시험해보면 알 것이다.

“이 녀성분의 등록 기록을 봅시다.”

강호가 호텔 매니저에게 말했다.

“네, 찾아볼게요.”

매니저가 강호를 데리고 카운터로 갔다. 그러나 그날 당일에는 일본 투숙객이 없었다. 일주일 전부터 찾아봐도 일본 손님은 없었다.

“두달 사이에 일본 손님이 투숙한 게 몇이나 되오?”

매니저가 카운터 담당에게 물었다.

“10명이예요. 남자 8명이고 녀자 2명이예요.”

“한달 사이에 투숙한 일본 녀자는 없습니까?”

강호가 물었다. 컴을 뒤져보던 카운터 아가씨가 고개를 저었다.

“혹시 장기투숙하는 녀성 손님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아시다싶이 저의 호텔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다 보니 일년 가도록 한두달씩 장기투숙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강호는 긴 호흡을 들이켜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하나꼬라는 녀자는 분명 이 호텔에 투숙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이 녀자는 호텔에 투숙한 것처럼 꾸몄을가? 5성급 호텔에 행장을 푼 사람이라는 폼을 잡으려고?

“따르릉.”

힐튼호텔 커피숍에서 전화가 왔다.

“강호 부국장님, 감시카메라 확인 결과 그 녀성분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뒤문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3층에 있는 화장실에서 분장한 후 엘리베이터 타고 나타났습니다.”

어느 정도 예고된 판단이였다.

“사람을 보낼 테니까 감시카메라를 다치지 마세요. 그리고 일이 있으면 인츰 보고하길 바랍니다.”

강호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대방에서 황황하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강호는 홀을 돌아보았다. 5성급 호텔답게 구석구석마다 카메라가 달려있었다. 엘리베이터는 흔히 복도 끝에 있다. 투숙하지 않은 사람이 호텔 손님인양 복도에서 오래 서성거릴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녀자가 나타나기 전 1시간 정도만 체크해봐도 이 녀자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시카메라 담당을 오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하나꼬라는 녀자가 나타난 게 오전 10시이니까, 먼저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동안의 카메라를 훑어보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중대사건에 관련됨을 아는지라 호텔 매니저가 기꺼이 대답하였다. 호텔에서 기술기능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동원되였다. 그들은 각자의 컴퓨터와 휴대폰을 리용하여 각 층대, 구석, 화장실, 홀 등 카메라가 작동된 모든 곳을 분공해 맡고 카메라 식별에 들어갔다. 오전 10시면 미녀들에게는 일찍한 시간이다. 오가는 남자들만 보일 뿐 녀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장님, 찾았습니다.”

자기의 휴대폰으로 인물 식별에 나섰던 애숭이 청년이 소리쳤다. 강호와 호텔 매니저가 다가가 보니 2층 화장실에서 나오는 녀자와 들어가는 녀자 모습이 보였다. 복도 전등을 켜지 않기에 화면은 희미했다. 희미한 광선 속에서도 나오는 녀자는 청소공이고 들어가는 녀자는 손님인 것이 분별되였다. 호텔 매니저가 화상도가 높고 화질이 좋은 텔레비죤에 화면을 련결시켰다. 화면 속에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과 스쳐지나가며 들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녀자가 옳지요?”

강호가 물었다.

“옳습니다. 한 사람은 저의 회사의 청소공입니다.”

호텔 매니저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호텔 매니저는 강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당일 청소를 책임진 청소공을 불러오게 하였다. 청소공이 달려왔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던 그 녀자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이 자기가 옳다고 하였다.

“그럼 이 녀자는 누군지 모릅니까?”

강호가 물었다.

“몰라요. 아침 일찍 손님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어떨 때는 1층 화장실이 긴장하면 2층으로 올 때도 있으니까요.”

“옷차림이라던지, 얼굴은 생각납니까?”

“가방을 메고 옷 차림은 수수하고 얼굴은 잘 생각 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손님 얼굴을 마주보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그날 녀자 화장실에 손님이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 제가 한고패 다 청소하였기에 잘 압니다.”

청소공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말을 마친 강호는 카메라에 집중했다.

강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져갔다. 10분이 지난 다음 나타난 녀인의 모습은 어둠 속에 봐도 전혀 다른 모습이였기 때문이였다. 녀인이 움직인 동선을 따라 가보니 그는 시간을 맞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카메라를 돌려보니 그 녀자는 수수한 차림으로 들어왔다가 2층 화장실에서 귀부인으로 분장을 한 후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곧추 커피숍에 들어가 문수와 만났다.  

안과장을 만난 홍콩투자상인 초선과 문수를 만난 일본의 하나꼬라는 사람은 동일인물이라는 강표의 주장이 맞았다. 그는 지체할 세라 공안국에 달려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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