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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닷컴] (수필) 낡은 방법의 큰 지혜​ (궁금이)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궁금이 수필세계9


낡은 방법의 큰 지혜

글 | 궁금이 · 방송 | 김홍화


     지금도 무슨 원인인지 모르겠으나 시골에서 자라면서 어릴 때 코피가 많이 났다. 이날도 어김없이 찾아온 코피는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만 급하고 다리가 나른해서 결국 할머니가 업고 달리다 싶이 해서 건너 마을의 의사네 집으로 갔다. 어릴 때라 자세한 기억은 없는데 그 의사네 집에 가봤자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실로 기다랗게 심지를 만들어서 코안에 넣어 지혈시켰다. 우리 마을에도 의사가 있긴 했지만 건너 마을의 의사가 워낙 유명해서 그리로 갔었나 보다. 뭐 어떻게 됐든 코피는 멎었고 그 의사에게는 고마운 일이다.그 전에도 그랬고 그 뒤에도 코피가 나면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일없다. 원래 나쁜 피가 나가야 새 피가 생기니라.”
     나는 할머니의 그 말이 그렇게 마음에 들고 믿고 싶었다. 어차피 흐를 피라면 긴장하게 만들지 말고 안심하게 하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엄마는 그걸 믿고 싶지 않았는지 그날은 나를 기어코 건너 마을 의사한테 보냈다. 이것도 고부간의 모순이라면 모순이다. 13명의 자식을 낳아서 6명만 남고 다 저 세상으로 보낸 할머니의 경력에서는 코피 몇방울 흐르는 건 그렇게 기절초풍할 일이 아니였다. 그러나 할머니의 13분의 1밖에 안되는 자식을 둔 엄마로서는 애의 손에 가느다란 장판가시 하나가 꽂혀도 걱정스러운 일이였다.
     시골에서는 정통편이라는 약이 만병통치약이였다. 특히 감기에 걸리면 그냥 무조건 저 약을 먹었다. 원래 나을 감기였는지 아니면 약효가 작용해서 나았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때가 되면 다 나았다. 물론 지금도 나는 감기는 잘 치료하면 일주일이면 낫고 그냥 놔둬도 열흘내로 낫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체의 자체 치유능력에 대해 미신하는 편이다. 그래서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의 인생경험에 더 크게 믿음이 갔다. 
     내가 자주 가는 공원 문앞에는 헌혈차가 매일 대기하고 있다. 차에서는 확성기로 록음을 푸는데 적당한 헌혈은 인체의 신진대사와 이런저런 면에서 여차여차하게 좋다는 내용이다. 언어구사를 다듬어서 방송해 그렇지 알기 쉽게 통속적으로 말하면 결국에는 할머니의 말과 같은 뜻이다. 하여튼 사람은 어떤 론리가 믿고 싶으면 그것을 믿을만한 여러가지 리유와 론거를 다방면으로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이를테면 애주가들은 술이 어떻게 나쁘다는 정보보다는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과 정신건강에 좋다는 정보에 몇배 더 관심을 가진다. 일단 이런 유리한 정보가 보이기만 하면 모멘트고 단체방이고 아낌없이 돌려서는 자신의 음주가무에 합리성을 부여한다. 어차피 끊지 않고 계속 마실 술이라면 그렇게 긍정적인 정보에 의탁하는 것도 별로 나쁜 일은 아니다. 이런 자아위안은 적어도 내가 이걸 마시면 안되는데 라는 우려와 걱정 속에 마시는 것다는 훨씬 건설적이다. 
     전에 시골에서는 전날에 아무리 과음을 해도 언제 숙취해소 음료라는 게 있었으며 지금처럼 링거를 맞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지난 한시기 사람들은 속이 조금만 볶이면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는 개운한 몸을 털고 일어났다. 물론 숙취해소 음료나 약보다는 링거가 훨씬 효과적인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원래는 응급상황이나 수술시에만 사용하는 수단을 숙취해소에 들이댄다는 자체가 극히 비과학적인 과잉대응이다. 그런데 확실히 효과는 좋으니 한번두번 맞다보면 거기에 의존하게 된다. 과음한 이튿날은 물만 마셔도 울렁거리고 정말 죽고 싶은데 병원을 찾아 링거 한대를 맞고 나면 말끔하게 나아진다는 친구의 생생한 증언이다.
     “정말 온몸의 땀구멍으로 알콜이 배여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거짓말처럼 순간에 몸이 개운해지더라.”
     고통에 시달린 전과가 있는 숙취인사들한테는 그야말로 말만 들어도 확 끌리는 표현이다. 그런데 병도 아니고 자기가 좋아 마신 술에 링거를 들이대면 적어도 앞으로 다른 병에서 웬만한 약발은 먹히지 않는 페단이 초래된다는 것쯤은 보편적인 의학상식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시골에서 기껏해야 장국에 해장하고 김치움에서 시원한 김치국을 퍼다가 속을 푸는 토종 방법이 본의 아니게 아주 친의학적이였다. 김치국의 용도는 이뿐이 아니였다.
     시골에서 우리집은 삼촌네와 한 울안에서 살았다. 삼촌은 또 기가막힌 애주가였는데 어느날 부엌의 불을 잘못 지폈는지 낮잠을 자다가 그만 가스중독에 걸렸다. 그 와중에 다행히도 어떻게 깨여나기는 해서 문밖으로 겨우 기여나왔는데 시골에는 무슨 대단한 방법이 없다. 할머니가 김치움에 달려가더니 김치물을 한바가지 퍼다가 삼촌의 입에 부어넣는다. 잠시후 삼촌은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물론 밖에 나왔으니 신선한 공기의 작용이 컸겠지만 할머니의 지혜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거라고 나는 지금도 믿고 있다. 
     시골에서는 또 쑥으로 뜸이라는 걸 떴다. 특정 부위에 쑥을 올려놓고 불을 달아서 지지는 작업이다. 그게 많이 뜨거웠겠건만 지독한 만큼 효과도 있었나 보다. 그 뒤로 보니 굳이 쑥이 아니더라도 남자애들은 결의형제요 뭐요 하면서 담배불로 손목을 지져서 흔적을 내고는 아주 자랑스럽게 다니기도 했다. 
     내 왼손 무명지 쪽에는 아직도 뜸을 뜬 자리가 남아있다. 엄마가 나를 데리고 동네 마실을 나갔는데 그 집에서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때는 지금의 반려견처럼 집에서 키울 때가 아니였는데도 강아지가 작아서 그랬는지 집안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내가 강아지한테서 뭘 빼앗으려 했는지 급기야 강아지가 손을 물어버렸다. 작은 강아지니 물어봤자 그냥 살짝 긁힐 정도였겠건만 집에 오니 할아버지가 야단을 쳐서 결국 뜸이라는 걸 떴다. 지금처럼 광견백신을 맞고 한달동안 술도 마시지 못하는 그런 치료는 알지도 못했거니와 마을에서 종종 개한테 물리는 건 그렇게 대단한 사고가 아니였다. 
     지금은 모든 음식의 배달이 가능한 가운데 자체격리를 하는 기간에는 더욱이 배달음식이 큰 문제를 해결한다. 고향에서만 나는 특유의 식자재까지 다 배달이 가능하다. 그래도 어쩐지 된장에서 간장에 이르기까지 떡에서 각종 나물에 이르기까지 다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시골의 맛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떡방아도 생각나고 절구통 기억도 또렷하고 매돌도 눈에 선하다. 토종과 전통의 진한 여운의 은은한 매력이다.
     현대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낡은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토방법”이라고 불렀던 친환경 지혜는 그야말로 무형문화재였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한결 가슴에 와닿는 하루다.

궁금이

youshengxiangban@12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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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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