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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1)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1

“짤라당!”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녀자의 비명소리에 복도가터질 듯 울렸다.

“사… 사람 살려요!”

녀자가 소리를 지르며 경황없이 달려내려왔다.

“무슨 일이야?”

아빠트 경비원이 달려왔다.

“주인 어른이… 회장님이… 잘… 잘못된 것 같아요.”

아빠트 경비원은 경찰에 전화를 하는 한편 주회장의사무실로 달려들어갔다.

주회장은 뒤로 제끼는 안마용 쏘파에 누워있었다. 고통스럽게 버둥거린 흔적도 없이 편하게 누운 채 멀리서보면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경찰이 10분도 안돼 쏜살같이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경찰들이 우르르 쓸어올라왔다.

평소 주회장에게서 용돈을 푼푼히 얻어가졌던 경찰들인지라주회장의 일에는 태만이 없었다.

“주… 주회장님이잘못된 것 같습니다.”

“뭐라? 회장님께서 돌아가셨다고?”

경찰 책임자가믿기 어렵다는 듯이 경비원의 대답을 뒤등에 날린 채 주회장의 사무실로 달려들어갔다.

“숨이 없습니다. 잘못된 지 한참 된 것 같습니다.”

애숭이 경찰이 주회장의 코끝에 손을 대보며 중대장한테말했다.

중대장은 전화를 꺼내들었다.

“국장 동지, 주회장이 사망하셨습니다.”

 

2

주회장의 사망소식은 핵폭탄처럼 도시를 진감하였다.

감기 한번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하던 주회장이다. 시인민대표, 정협위원, 기업가협회 명예회장… 주회장은 최근년간 사업을 부단히확충하였고 번마다 성공하여 가장 유능한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또 공장부지를 매입해 부동산을 개발할 타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듯 건강하시던 분인데… 어떻게 불시로 갈 수있지…”

주회장의 젊은 마누라가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은듯 고개를 흔들었다. 남편의 갑작스런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무슨 의심스러운 데라도 있습니까?”

현장을 찾은 공안국 국장 왕뢰가 물었다. 얼마 전 새로 부임되여 온 왕국장이다.

“요즘 우리 남편은 낯선 사람들과 많이 만났습니다. 술도 많이 드셨구요. 잠결에도 원망하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주회장의 마누라 미나가 말했다.

“누구를 그러는지 짐작가는 데는 없습니까?”

“몰라요. 그 사람이 누군지? 공장부지가 어쩌고, 300만원이 어쩌고 저쩌고 하던데…”

“공장부지? 300만원?”

왕뢰가 되물었다.

“네.”

미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30대 초반의 아름다운 녀인이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몰라요. 저는 사업에 대해 일절 참견하지 않았으니까요”

녀인이 대답하였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왕뢰 국장은 주회장의 사무실을 송곳 같은 눈길로 쓸어보았다. 완벽하게 밀페된 공간이였다. 방음장치를 한 방 안에서는 대화소리가 낮게 흘렀고외부인 출입이 차단된 듯 드나든 흔적 하나 없이 깨끗했다.

탁자에는 차잔이 댕그랗게 놓여있었고 차잔 굽에는 마시다남은 차물이 노랗게 붙어있었다. 아무런 외상도없는 상황에서 시체에 대한 부검은 하지 않기로 하였다. 가족에서 “두번 죽일 수 없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부검에 대한 의견은 변함없는가요?”

“네, 저의 의견일 뿐만 아니라 남편의 생전의 요구이기도합니다. 자기가 만약 어느 날엔가 죽게 되면 신체에 절대 손을대지 말아달라고 항상 말했습니다.”

미나의 어조는 단호했다.

“부검을 하지 않을 경우 혹 타살일지라도 범죄자를잡을 수 없습니다. 잘 생각해보시기바랍니다.”

왕뢰 국장은 미나에게 충고를 하고 대답을 듣지도 않고주회장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앞에서 걸어가던왕뢰 국장은 뒤따라 나선 형사경찰대 대장 마초와 법의를 돌아보았다.

“가족에서 견결히 부검을 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머리카락이든손톱이든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후날 혹시 유용하게사용될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국장님.”

법의가 대답하였다.

주회장 사무실에서 나와 복도로 꺾어들자 50대 중반의 낯선 녀인이 서너살 되는 어린 아이를 안고있는 것 보였다. 단아한 옷차림에머리를 반듯하게 빗어넘긴 녀자의 얼굴은 너무 울어 퉁퉁 부어있었다. 미나를 기다리는 모양이였다.

“저 녀자는 누구지? 본가집 엄마? 아니면…”

왕국장이 동행한 형사경찰대장 마초에게 물었다.

“보모입니다. 지난번 아이에게 덮치는 오토바이를 몸으로 막아 신문에까지실렸댔습니다.”

“그래? 그 소식은 나도 들었어.”

왕뢰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안간 마초의 전화가 울렸다.

“뭐? 뭐라고? 알았다. 당장 갈게.”

마초가 전화를 끄고 왕뢰 국장에게 귀속말로 속삭였다.

“뭐? 뭐라? 랍치사건이 발생했다고?”

왕뢰 국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네. 아마도 채무관계 때문에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 당장 가보라고, 당장. 그리고 우리 경찰들이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돼, 알겠어? ”

“네. 왕국장님.”

왕뢰 국장의 말에 형사경찰대장 마초는 공손하게 대답하고떠나갔다.

얼마 전 새로 부임되여 온 왕뢰 국장은 외국인이 집결된이 도시에 잠재된 불안이 용암처럼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꼈다.

 

3

힐튼호텔 898호실에서 샤워하고 금방 나온 듯한 가려가 이불 속에서라체로 누운 남자의 거시기를 보드랍게 조몰락거렸다.

“오빠…”

가려가 애교를 떨었다.

“난 지쳤어. 너도 자라.”

남자가 눈도 뜨지 않은 채 돌려누우며 말했다.

“으응… 난 오빠 넘 좋은데…”

남자는 녀자가 밀착하고 다가오자 두려운 듯이 마구엎데였다.

등허리에 새긴 굵은 룡무가 흉맹스럽게 드러났다. 사채업자 민혁이와 회사비서 가려였다.

“오~ 빠아…!”

가려가 민혁의 등허리를 간지럽히듯 긁어댔다.

“나 잘 테니까, 지갑 안에 있는 현금은 다 가져가…”

민혁이가 눈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으응, 나 돈은 싫은데…”

녀자가 애교스레 옹알거렸다. 민혁이는 못 들은 듯이 커다란 베개에 얼굴을 깊숙이묻었다. 코를 고는 소리가 울리고 민혁이는 돼지처럼 금방 곯아떨어졌다.

가려는 못 이기는 척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재빨리 옷을 챙겨입은 후 침대 머리에 있는 민혁의가방을 열어제끼고 돈가방을 꺼냈다. 은행카드가 두툼하게보였고 인민페와 딸라가 따로따로 차곡차곡 넣은 것이 보였다. 가려는 사양없이 현금을 모두 착복하고 나갔다. 새벽인지라 호텔을 들락거리는 손님이 드물었다. 가려가 택시를 잡으려고 호텔문을 나서자 택시 한대가기다렸다는 듯이 스르륵 달려왔다.

“완커도시화원에 갑시다.”

“네. 알았습니다.”

택시는 가려를 싣고 떠났다. 승용차도 잠이 든 듯 길에는 오가는 차량이 별반 없었다. 민혁에게 잡혀온 저녁 질탕하게 떡을 친 몸에 피로가몰려왔다. 토끼처럼 금방붙었다. 금방 떨어지는 남편에 비해 민혁은 한마리 뱀과 같은존재였다. 팔과 다리로온몸을 휘감을 때면 삭신이 녹아났다. 마지막 한방울기운이 다 빠질 때까지 칭칭 감은 몸은 떨어질 줄 몰랐다. 가려는 민혁에게서 진정한 섹스 맛을 익혔다. 처음에는 끌려가던 데로부터 인젠 유혹하면서까지 가려는민혁이와의 잠자리를 탐했다.

십자로에서 잠간 멈춰섰던 택시가 푸른 신호등이 켜지자속력을 냈다. 10분이면 집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을 아는 가려는 잠간 눈을 감았다. 불현듯 가려는 곧게 가던 차가 우회전을 하는 감을느꼈다. 가려는 번쩍 눈을 떴다. 아니나 다를가 차는 가로등이 희미한 골목길에 불시로꺾어들고 있었다. 가려가 기겁해소리질렀다.

“아, 아니, 어데 가시지요?”

운전기사가 천천히 차를 길옆에 세웠다. 가려는 차가 멈춰서자 바로 뛰여내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잠금장치를 해놓은 차문은 굳게 닫힌 채 끄떡없었다.

“가만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사나이가 위압적인 말투를 던져왔다.

“뭘, 뭘 바라시는 거예요? 돈, 돈을 드릴가요?”

가려가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공손하게 합작하리라 믿습니다. 후회하시지 말고…”

사나이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을 거울처럼 쳐들었다. 동영상이 화질 좋게 흘러나왔다.

휴대폰에는 교성을 지르는 녀자와 씩씩거리며 들썽이는남자의 등허리가 보였다. 무섭게 똬리를튼 룡무니가 익숙했다.

“당, 당신은…?”

가려는 억제한 남자를 받아안고 열심히 떡방아를 찧는자기의 얼굴이 보이자 갈라져 말라버린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당신 몸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이 오늘 누구와 함께 있었다는 것도 다 알고 있습니다.”

“네?”

“현명하게 처리하시리라 믿습니다. 요구되시면 오늘 동영상도 다 보여드리겠으니까 알아서처리하십시오.”

사나이가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뒤좌석에 앉은 가려에게명함장을 건넸다. 가려는 덥석받았으나 어둡고 당황하여 제대로 볼 경황이 없었다.

“더 말하지 않겠으니 내키는 대로 처리하길 바랍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당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리라고생각합니다.”

사나이는 가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쌩- 하고 완커도시화원으로 차를 몰고 달렸다. 가려는 무슨 정신으로 택시에서 내렸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누구와 대화했었는지도 생각나지 않고 꿈을꾸는 것만 같았다. 통통한 얼굴에칼칼한 목소리만 인상 속에 남았을 뿐이다. 다행히 남편이 출장중이라 그는 방에 들어가 조용히 누웠다.

예전 같으면 아들 방에 들어가 아들애가 자고 있는지를확인하였을 그녀였지만 그럴 경황이 없었다. 그는 거대한 덫에 걸려들었음을 알았지만 후회막급이였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뜨는 날에는 모든 것이 물거품이되기 때문이다.

 

4

정적이 깃들어 조용한 호텔 복도로 말소리가 간간히흘러나왔다. 종이장도 쑤셔넣기힘들 정도로 잘 밀봉된 문틈에서 새여나오는 말인지라 문에다 귀를 대고 들어도 잘 들리지 않았다. 방 안에서는 양복을 입은 사나이와 까까머리 그리고장발의 사나이 셋이 걸상에 앉은 상인인 듯한 남자를 둘러싸고 있다.

“여기에서 며칠 푹 쉬십시오. 저희들이 황제처럼 모실 거니까.”

양복을 입은 사나이가 말했다. 이 바닥에서 꽤나 명성있는 사채업자 장보였다.

“이, 이건 랍치입니다. 전 기, 기소할 겁니다.”

남자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방직공장을 경영하는 정호였다.

“기소? 하하하, 우린 당신을 랍치한 적도 없고 때린 적도 없으며 그냥며칠 같이 있고 싶을 뿐이요. 흐흐흐…”

장보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금 쯤 아마 경찰들은 더타이호텔을 급습했을 걸. 물론 우리가 한발 앞당겨 피해왔으니까 헛물 켰겠지만말이야, 하하하.”

공안계통에서 정보를 흘려준 덕분에 경찰들이 급습하기바로 직전에 더타이호텔을 빠져나왔던 것이다.

“살고 싶으면 말해. 네깟 놈을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곁에 서서 짜증스레 남자를 지켜보던 장발의 사나이가불시로 정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어찌나 호되게후려갈겼는지 눈알이 다 빠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말해라. 그 문수라는 얘는 어데 갔나?”

장발 사나이가 정호의 머리채를 휘여잡고 죽일 듯이노려보았다.

“저 정말 모릅니다. 인젠 만나본 지도 한참 됩니다.”

“흐흐흐흐! 모른다? 그래? 좋다.”

장보가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장발 사나이가 정호의 머리채를 풀어주었다.

“문수가 어데 있는지만 알려주면 우린 너와의 일은없던 걸로 하겠다. 꿔간 돈을 갚지않아도 되지.”

장보가 정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저 정말 모릅니다.”

“그럼 방법 없지, 쩐의 세계에는 귀신도 통하지 않으니까…”

장보가 장발 사나이에게 눈짓하였다. 장발의 손이 또 한번 날아들었다. 정호가 움츠리는 순간 장발 사나이의 손은 정호의 이마앞에서 멈춰섰다. 솥뚜껑 같은손은 정호의 얼굴을 덮고도 남음이 있었다.

“한방이면 죽어.”

장발 사나이가 씨부렁거렸다.

정호는 눈을 감았다. 얻어맞은 뒤통수가 얼얼해났고 눈알은 당금이라도 터질듯이 충혈되였다.

“문수와 당신은 련대보증을 선 사이가 아닌가?”

장보가 정호에게 담배를 건네며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그건 왜 묻지요?”

“당신이 갚지 못하면 문수를 찾아서라도 갚게 해야되니까.”

장보가 입귀를 실룩이였다.

“제발 우리 형님을 건드리지 마십시오. 제가 꼭 갚겠습니다.”

정호가 애걸하듯 말했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당신 형 김문수도 빚을피해 달아났다는 것은 다 알아.”

장보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말을 이었다.

“우린 문수에게 나쁜 인상 없어. 좋은 친구지. 우린 말이야, 문수가 다른 사람의 돈 300만원을 갑지 못해 잠수한 걸 안다고. 우리는 도와주자는 것 뿐이야. 그런데 당신은 문수의 친구로서 이렇게 좋은 일을 앞에두고도 왜 모른다고 하지?”

“정, 정말 모르니까요.”

정호가 대답했다.

“그럼 방법 없어, 차용증을 다시 쓰라고.”

장보가 손을 내밀자 까까머리 사나이가 종이장을 가져왔다. 컴퓨터에서 금방 뽑은 듯이 하얀종이는 눈부실 정도였다. 

“사인하라고.”

장보가 정호에게 종이장을 넘겨주었다. 황겁히 종이장을 들고 보던 정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아니, 5만원인데… 왜… 15만원을 꿨다고 했습니까?”

“우릴 원망 말라고, 우리도 남의 돈을 꿔다가 당신에게 주었으니까… 리자는응당 당신이 책임져야 할 게 아니겠소?”

장보가 눈을 부릅떴다. 공손히 따르라는 뜻이였다. 정호는 눈을 감았다. 체념하였다. 사실 여기에서 때려죽여도 누가 모를 것 같은 느낌이들었다.

“제발 시간을 좀더 주면 안될가요? 제가 결제가 되는 대로 입금드리겠습니다.”

정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시간은 줄 만큼 줬어. 문제는 말이야, 이미 석달째 리자도 못 갚았잖아…”

“한달만 더…”

“우리에게는 외상놀음이란 건 없어. 장기를 팔든 마누라를 팔든 리자돈을 갚으라고, 씨발!”

갑자기 가만히 앉아있던 까까머리 사나이가 정호의 귀를잡고 흔들어댔다.

“아가가!”

정호가 비명을 질렀다. 귀가 당장 찢어져나가는 것 같았다. 목덜미로 끈끈한 것이 흘러내렸다. 온몸의 장기까지 다 뜯어갈 것 같은 공포심에 정호는흐느꼈다. 며칠 후면 입금될줄 알고 리자돈을 꾼 것이 화근이였다. 평소 형님으로모시던 문수가 거래업체의 파산으로 궁지에 몰리자 정호 역시 불똥을 맞았다. 인건비며 재료비며 모든 것을 선불한 정호는 나락에떨어졌다. 발등의 불을끄려고 집까지 팔았으나 10% 리자돈을 물기엔 역부족이였다. 정호는 일단바람이나 피하려고 잠적하였다. 마누라와 아이를처가집이 있는 동북에 보내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채업자를 피해다녔다. 그러다가 오늘은 공항 터미널을 빠져나오다가 잡힌 것이다.

장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발 사나이와 까까머리 사나이가달려들어 정호의 손을 붙들어쥐였다.

“왜, 왜 이러십니까?”

“가만 있어!”

장발 사나이가 오른손으로 정호의 손을 잡고 왼손으로는정호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당겼다. 희미한 담배연기에싸인 전등불이 비웃 듯이 정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거운 느낌이 엄지손가락에 전해왔다. 빨간 인감에 엄지손가락을 찍은 것이다. 그 다음에는 하얀 백지에 손도장을 찍을 것이고… 손도장의의미를 잘 아는 정호는 버둥거리다가 두눈을 감았다. 체념하였다.

그는 5만원이 15만원으로 되고 30만원으로 되고 300만원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살하면 그만이지…’

비장한 생각이 섬뜩 머리속을 지나갔다.

“똑 ,똑, 똑!”

불시로 노크소리가 울렸다. 심상치 않았다.

“똑, 똑, 똑!”

또다시 울렸다. 짧지만 긴 정적이 흘렀다. 손도장을 찍다 말고 장발 사나이가 정호를 침대에 눕히고칼을 뽑아 정호의 목에 들이댔다.

“소리치면 죽여버릴 거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해라. 알겠어?”

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발 사나이는 정호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침대 곁에걸터앉았다.

“똑,똑,똑!”

또다시 노크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눈치를 채고 온 것이다. 형사경찰이면 경찰이라고 말할 것이지만 말하지 않는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분명했다. 장보가 까까머리사나이에게 눈짓하였다. 문을 열어주라는뜻이였다.

까까머리 사나이는 아무런 일도 없는 듯이 휘바람을휙휙 불며 일어나 문가에 다가갔다.

“누구시지요?”

“문 열엇! 당장!”

지옥에서 울려나오는 듯한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까까머리 사나이는 일순간 어쩔 바를 몰라 장보를 돌아보았다. 장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까까머리 사나이가 잠에서 금방 깨여난 듯이 하품을해대며 문을 열었다.

“누구시지요?”

까까머리 사나이의 말에 대답도 없이 모자를 꾹 눌러쓴 강마른 몸매의 사람이 바람같이 날아들어왔다. 불길한 예감이 든 까까머리 사나이가 팔을 벌리고 막아 나섰다. 기운 하나를 믿고 살아온 그였다. 손에만 잡히면 구겨버리든 아니면 찢어버리든 두가지결과가 날 판이였다. 순간 상대편의왼손이 번쩍하더니만 야구공처럼 정확하게 까까머리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떨어졌다.

“어크!”

비틀거리지도 못하고 까까머리 사나이는 경직된 상태로쿵- 하고 쓰러졌다.

“너, 누, 누구냐?”

까까머리 사나이가 나무단처럼 넘어지는 것을 본 장발사나이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칼을 뽑아들었다. 

“흥!”

사나이가 코웃음 쳤다.

그는 꼭 마치 눈에 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장발사나이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구름을 디딘듯이 한걸음에 날아오는 사나이를 본 장발 사나이가 벌써 얼어들었다. 섬뜩이는 칼 앞에서 무작정 달려드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장발 사나이를 향해 주먹을 날릴 것 같던 사나이가순간 오른발을 뒤로 날렸다.

“아이쿠!”

뒤켠에서 덤빌 준비를 하던 장보가 피를 뿜으며 뻗어졌다. 장보가 뒤에서 급습을 할 걸 알고 사나이가 불시로뒤로 발을 날려버린 것이다. 장보가 턱주가리를얻어맞고 송장처럼 나떨어지는 것을 본 장발 사나이의 동공은 공포에 질려 터질 듯이 둥그래졌다. 빚 재촉을 다니며 별의별 사람을 다 보았지만 오늘과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입술이 덜덜떨려났다. 양아치답게 장발사나이가 부들부들 떨면서도 입만 살아서 군시렁거렸다.

“오늘은 너의 제사날이니까… 너의 목숨을 내가 끊어주마.”

장발 사나이는 더 기세차게 칼을 휘둘러댔다.

“개새끼!”

사나이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칼을 휘두르는 장발 사나이를 향해 쓴웃음을 날리던사나이가 전광석화처럼 왼손을 날렸다.

“악!”

순간 장발 사나이의 팔목이 꺾어졌다. 칼날이 오가는 빈틈을 노려 사나이의 손이 정확하게장발 사나이의 손목을 잡았던 것이다. 서리발이 번뜩이는칼은 맥없이 땅에 떨어졌다. 사나이는 뒤로제껴진 장발 사나이의 얼굴에 주먹을 찍었다.

“뿌지직!”

이발이 부러지고 살이 찢겨떨어지는 것이 껴졌다. 무너지는 장발 사나이의 옆구리에 사나이는 무릎을 내밀어한방 더 먹였다.

“뿌드득!”

갈비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장발 사나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물러앉았다. 사나이는 땅에 쓰러져 정신 잃은 장보의 앞에 다가갔다. 그는 장보의 호주머니를 뒤져 정호가 그전에 썼던 차용증을꺼내들었다. 차용증 내용을확인해 호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 차용증에 불을 붙였다. 차용증은 쓰러진 장보를 비웃 듯 그의 얼굴을 잠간 비추는 것 같더니만 하얀 재로 되여 장보의 얼굴에내려앉았다. 사나이는 또호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온 종이장을 꺼내들고 피끗 훔쳐본 후 장보 곁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는 다른 한 주머니에서 빨간 인감을 꺼내 장보의식지에 짙게 발랐다. 축 늘어진 장보의손을 끌어다가 힘껏 찍었다. 장보라는 이름우에 찍혀진 뻘건 손도장은 창문으로 비쳐드는 해빛에 유난히도 빛났다. 정호에게서 리자돈을 이미 전부 받았고 채무관계가 이미 끝났다는 내용의 각서였다. 사나이는 손도장을 찍은 것을 호주머니에 넣고 손도장을찍지 않은 것을 장보의 가슴에 던졌다. 쓰러진 사이에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라는 메세지이기도 하였다.

“갑시다.”

이불을 들쓰고 침대 우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정호에게사나이가 손을 내밀었다.

“누, 누구십니까?”

사나이는 대답 없이 출입구를 향해 앞에서 걸어나갔다. 정호도 어정어정 일어나 악몽과 같은 호텔방을 벗어나갔다. 드라마보다 더 멋진 싸움장면을 처음 본 그였다. 정호가 떠날 때까지 장보 일행은 땅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못했다.

 

5

주회장의 집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갈 길이 다르다던 말이 틀림없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죽는다 산다 하며 까무러치던 주회장의젊은 마누라 미나는 인젠 화장도 연하게 하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

“사모님, 밥상을 다 차렸습니다. 식사하세요.”

미나가 베란다에 피여난 군자란을 물끄럼히 바라보고있는데 보모가 아이를 안고 조용히 들어왔다. 동북에서 일년 전 들어온 보모였다.

“네. 감사합니다.”

미나가 일어나며 손을 내밀어 아이를 넘겨받았다. 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겼다가 인츰 보모에게 손을 내밀었다. 보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긴 아이였다.

“이모가 있었기에 얼마나 큰 힘이 되였는지 모르겠어요.”

미나가 보모의 손을 잡았다. 이 집에 은인처럼 나타난 보모였다.

지난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마트에 갔던 일을 미나는잊을 수 없다. 늙은 보모와함께 물건을 사고 나오자 아장아장 걸음마를 타기 시작한 아들이 걷겠다고 하면서 땅에 내렸다. 땅을 밟으니 좋은 듯 아이는 뛰뚱거리며 달려갔다.

“아이구마!”

순간 미나와 보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트 입구에 비스듬히 세워져있던 삼륜차가 제동장치가풀렸는지 아이를 향해 굴러왔던 것이다. 삼륜차는 꼭마치 아이를 짓뭉개버리려는 듯이 아이에게 덮쳐왔다.

“저, 저, 저!”

비명소리는 높았지만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눈앞에서 어린 아들의 참사를 지켜봐야 할 참국이였다. 순간 어데서 나타났는지 갸냘픈 녀인이 쏜살같이 달려들어아이를 품에 안고 넘어졌다. 녀인이 아이를안고 넘어지는 찰나 삼륜차는 녀인의 다리를 깔고 지나갔다. 가령 녀인이 아니였다면 아이는 분명 골절상을 입거나 아니면 평생 생채기를 안고 살아야 될 것이다. 다행히 삼륜차에는 무거운 짐이 실리지 않았기에 녀인은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녀인의 정의로운행동을 보았던 많은 시민들은 녀인의 거동에 찬탄을 보냈고 녀인의 사적은 신문에 실리기까지 하였다. 당시 출장 중인 주회장은 이름 모를 녀인이 아들을구해줬다는 소식을 듣고 그 즉시로 비행기를 타고 달려왔다. 자기에게 리익이 안되는 일에는 일전 한푼 쓰지 않는 주회장이였지만 늘그막에 얻은 귀한 아이들을 구해준생명의 은인에게는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될지, 제가 집을 한채 사드리겠습니다.”

아무런 상처도 없이 즐겁게 뛰노는 아들을 보면서 주회장이통쾌하게 보답하고 싶었다.

“아니, 아니요.”

녀인이 결연하게 사절하였다.

“그럼 일단 우리집으로 같이 갑시다.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주회장이 제의하였다.

해외에서 돈을 벌다가 청도에 금방 왔고 결혼도 하지않고 자식도 없다는 녀인의 말을 들은 주회장 내외는 녀인을 집에 모셨다. 신기하게도 어린 아이는 늙은 보모보다 새로 온 녀인을더욱 좋아하였다. 아이는 꼭 마치녀인의 그림자마냥 졸졸 따라다녔고 아침에 깨여나서부터 첫걸음으로 녀인을 찾았다.

“어려운 얘기지만 우리집에서 지내면서 아이를 봐주시면안되겠습니까?”

어느 날 푸짐하게 한상 차려놓고 주회장과 마누라가정중하게 요청하였다.

“얘를 낳아보지도 키워본 경험도 없어서…”

보모가 난색을 지었다.

“지금처럼 해주면 됩니다. 충분해요.”

외국에 가서 버는 것보다 몇배 더 많은 로임을 주겠다는약속까지 곁들었다. 보모 일이 적성에맞지 않는다면서 사절하던 녀인은 주회장 내외가 이튿날로 원래 보모를 내보내자 별수없이 눌러앉았다.

보모는 언제나 회장님, 사모님이라고 깍듯이 례우를 지켰고 주회장의 어린 아들을왕자처럼 모셨다.

“가족이란 없어져봐야 그 소중함을 더 느끼는 것 같아요. 남편의 따뜻한 사랑을 모르고 살았지만 참 공백이 너무큰 것 같아요.”

미나가 말했다.

“그렇겠지요. 전 가족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가족 만큼 소중한 것이어데 있겠어요?”

보모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부자집이지만 재부 만큼 마음이 넉넉하지 못함을 잘아는 보모였다. 젊은 육체 덕분에새 마누라로 들어앉았지만 정실 대우를 받지 못하고 종업원처럼 주회장에게서 로임을 받아서 쓰는 걸 보았다.

“저 령감태기, 개새끼 같은 게…”

보모는 남편인 주회장이 없는 날에는 미나가 술에 취해남편을 욕하는 걸 몇번 들었다. 눈물 어린 행복이랄가…온기가 없는 집안이였다. 그런 남편이지만정작 죽으니 미나는 통곡하며 몇번 기절해버렸다. 죽음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재산에 대한 교대를 전혀 하지 않고 갑자기 죽어버렸기에 눈앞이 캄캄해났던것이다…

“띠리링-”

미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안과장이라고 떴다.

“아. 네. 네? 아, 알겠어요. 지금 오라구요? 네. 알았어요. 금방 나갈게요.”

미나가 옷을 챙겨입었다.

“아니, 식사는?”

보모가 조용히 물었다.

“밖에 일이 있어서… 지금 나갈 거니까 애를 데리고먼저 식사하세요.”

미나가 말했다.

“죽이라도 한모금 드시고 갈 게지…”

보모가 걱정스레 한술 떴다.

“괜찮아요. 배고프면 시켜먹으면 되니까…”

미나가 서둘러 옷을 입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주회장의 사망에 대해 관심이 많을거예요. 그러니까 이모는 여기서 발생한 일들은 일절 모른다고만하세요. 그게 제일 편할 거예요.”

미나가 옷을 입다 말했다.

“알았어요. 전 영원히 모르니까요. 전 지우 밖에 몰라요.”

지우는 미나의 아들을 말한다.

보모가 지우를 가슴에 꼭 껴안았다. 그런 보모와 지우를 본 미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며집을 나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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