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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4)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화목련재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16

다뉴브호텔 10층에는 ‘청해양로원 건설공정 입찰대회’라는 현수막이 화려하게 걸려있고 공증처를 비롯한 해당부문의 관계일군들이 앉아있다. 국가의 자금으로신축하는 공정인지라 입찰에 나선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얼굴에 느슨한 빛이 력력한 사람들은 왕도의 ‘태평양실업’ 사람들이고 관망하는 사람들은 행여나를 믿고 온 사람들이다.

예전 같으면 입찰이고 뭐고 아무런 절차도 없이 건설공정항목을 무우 뽑 듯 당겨올 왕도이지만 현재 시국에서는 왕도의 돈발도 맥을 잃어갔다. 돈을 주려고 해도 받는 사람이 없고 받으려는 사람은실권이 없기에 왕도도 절차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의 각도에서 보면 참가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좋다. 정부는 공평하고도 공정한 과정을 거쳐 입찰자를 선정했다는실적을 올리게 되며 각 매스컴에서는 이번 입찰경쟁에 도합 몇개의 회사가 참가하였고 최종 태평양실업이 치렬한 경쟁을 거쳐 성공적으로 입찰하게 되였다고대서특필할 것이다.

“똑똑똑!”

공증처의 일군이 입찰 시작을 알리는 망치를 두드렸다.

장내는 금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총 투자금액이 2억원인 청해양로원공정 입찰을 정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몇몇 회사들에서 나섰다.

입찰가는 1억원, 9천만원, 8천만원, 7천만원… 모두 부동했다. 왕도의 강압 아래 들러리로 나온 태평양실업 거래업체들이였다. 왕도의 태평양실업 책임자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그때 왕도와 그의 부하들이 들어왔다.

공작 일군이 앞자리에 안내하려하자 왕도는 손을 저으며제지하고 뒤좌석에 착석했다. 얼굴은 시종굳어있었다. 그는 진성이라는인물이 걱정되여 달려왔다.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청도의 속성을잘 모르는 진성이라는 자가 혹시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태평양실업에서 나오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태평양실업의 부사장이 단상 우에올라섰다. 온몸에 여유가넘쳐났다. 입찰에 나선사람이 아니라 꼭 마치 입찰에서 성공한 사람이 축하연에 나서서 축사를 하는 듯한 자세였다.

“우리는 사회복지사업에 헌신한다는 리념하에 이번 입찰에 참가하였습니다.”

태평양실업의 부사장 발언이 시작되자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들러리로 나선 거래업체들이 성세를 보이는 것이다.

“6천만원을 제시하겠습니다.”

찬탄의 소리와 함께 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태평양실업이 입찰에 성공하면 분야별로 한몫 챙길 수있는 사람들인지라 손바닥이 얼얼하게 박수를 쳐댔다.

“태평양실업에서 6천만원을 제시하였습니다. 더 낮게 나 올 회사가 있으면 나오십시오.”

입찰규정은 간단하다. 물건을 팔 때는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에게 락찰되고건축공정은 가장 낮은 가격을 내건 사람에게 락찰된다.

“6천만원보다 더 낮게 입찰할 회사가 있으면 나오십시오.”

사회자가 다시 한번 중복하였다.

공기마저 굳어진 듯 장내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사회자가 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락찰을 선고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왕도의 굳은 얼굴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오랜 경험으로부터 비춰볼 때 최종 결과가나오기 전까지 절대 방심해서는 안되는 것이 ‘돈의 게임’이였다.

사회자가 망치를 들었다.

“그럼 청해양로원 건축공정 입찰 결과를 선포하도록 하겠습니다.”

왕도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피여올랐다.

“우리 태평양실업을 이길 회사는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회장님.”

조변호사가 왕도에게 아첨조로 말했다.

“하긴. 조변, 저녁에 한잔 하자고.”

왕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청해양로원 건축공정 입찰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청도 태…”

사회자가 일부러 방점을 두려는 듯이 잠간 멈추었다. 뒤말은 분명 ‘태평양실업’일 것이다.

“청도 태…”

사회자가 뒤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맨 뒤에 앉았던 젊은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간!”

목소리 톤은 낮았지만 강력한 뒤맛이 있었다. 장내가 뒤숭숭해졌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에 낯모를 청년에게 쏠렸다. 청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단상 우에 올라섰다.

“저는 진성실업의 대표 진성이라고 합니다. 저희 진성실업에서는 2천만원에 입찰하겠습니다.”

“와! 2천만원?”

젊은 청년의 말에 장내는 대번에 술렁이였다.

“저는 기본 공정비만 받고 공사를 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천만원에 장내 분위기가 꺼져내렸다.

태평양실업의 부사장 얼굴은 돼지 간이 되였다. 2천만원으로는 때려죽여도 맞출 수 없는 가격이다. 2천만원을 벌었다면 몰라도 2천만원으로 대형공사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일이였다.

미소를 달고 돌아가려던 왕도가 걸음을 멈췄다. 그렇다고 입찰가를 낮출 수 있는 처지도 못됐다. 눈앞에서 수천만원이 사라지는 이 현실을 그냥 넘어갈수는 없었다.

상대방의 도전 자세를 봤을 때 왕도가 입찰가격을 낮추면상대방은 더 내릴 것이다. 가령 왕도가입찰가격을 더 내리면 상대방은 무상으로 건설해주겠다고 나서거나 아니면 입찰경쟁을 포기할 것이다. 상대방이 포기하면 왕도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무상으로공사를 끝내야 한다. 돌을 들어 제발등을 까는 길이다. 그렇다고 2억원짜리 공사를 공짜로 해줄 수는 없었다. 장사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 만큼 우둔한 일은 없다. 여지껏 백전백승했던 왕도였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손을들기로 하였다. 자칫하면 망할수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음-!”

왕도는 울대뼈가 부러지게 침을 삼키면서 빠져나갔다.

“진성건축개발유한회사가 2천만원에 정식으로 락찰되였습니다. ”

맨 뒤좌석에 앉아있던 청년이 어덴가 조용히 전화로알렸다.

건설은행 안과장의 사람이였다.


 

17

해란강식당2층 맨끝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자리잡은 봉선화방에는건설은행 안과장과 동해바다변호사사무소의 조변호사가 마주앉았다.

유들유들한 안과장에 비해 조변호사는 얄팍한 몸매에하얀 안경을 건 것이 선비 티가 다분했다. 쉴 새  없이 반짝이는 작고 아담한 눈을 보면 처세술에 능숙한사람임이 틀림없다.

주회장이 죽은 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회장의 죽음이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줄 알고 있지만주회장과 여러가지로 리해관계가 얽혀있는 탓에 이 두 사람에게는 주회장의 죽음은 어찌 보면 축복과도 같은 것이였다.

그래서 둘은 주회장의 죽음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있었다.

“조변호사님.”

안과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회장님의 죽음은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어요. 그렇게 건강하시던 분이 왜 그렇게 갔는지? 밖에서는 쉬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여지껏 몰랐는데 주회장님이 생전에 척을 진 분들이 많더구만요.”

“고향에 있을 때부터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았더군요. 그런데 오늘 보자고 한 리유는 무엇이죠?”

조변호사가 뽀얀 국물이 우러난 소뼈국을 한숟가락 뜨며대답했다.

“우리끼리야 뭐 딱 일이 있어 만납니까? 보고 싶으면 한밤중에라도 만나는 것이지 뭐. 흐흐흐.”

“하긴, 네. 하하하.”

안과장의 너스레에 조변호사도 웃어넘겼다.

“청해양로원 입찰 소식을 들었겠지요?”

안과장이 물었다.

“네. 저도 현장에 갔댔으니까요.”

조변호사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모르기는 해도 앞으로 건축시장의 판도는 새롭게 짜여질 것 같습니다. 6천만원에 입찰되는 것을 2천만원에 당겨올 정도면야, 웬만한 실력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그렇지요. 하긴, 돈을 뿌리며 공사를 따내던 시절도 얼마 갈 것 같지 못합니다.”

조변호사의 말에 안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의 인정을 받게 되였으니까, 앞으로 진성이라는 인물이 대세를 이룰 것 같습니다.”

조변호사는 진성이라는 사람에 대해 탄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회장이 죽은 마당에, 동방편직 공장부지는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안과장이 물었다.

조변호사가 왕도의 태평양실업에서 고문변호사로 있는것을 알고 있기에 동냥하려는 것이다.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과장이 더욱 잘 알 것 같은데…”

조변호사가 야릇한 웃음을 던졌다.

“우리야 뭐, 생각 뿐이지 뭐. 주회장이 죽고 김문수가 사라진 마당에… ㅎㅎㅎ”

“설마 포기한 건 아니겠지요?”

조변호사가 바투 들이댔다.

“흐흐.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사실 저로서는 아직 방책이 없습니다.”

안과장이 대답하였다.

“주회장 생전에 왕도 회장도 동방편직 땅을 눈독 들였다고 들었는데…”

안과장이 조변호사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 땅에 관심이 있은 건 사실입니다. 현재로서는 순리 대로 가고 있을 뿐입니다.”

“순리라면?”

안과장이 되물었다.

“문수가 주회장의 돈을 빌려썼으니까 그 땅을 가질 첫 사람이 바로 주회장, 아니, 안과장님이 아니십니까?”

“제가요?”

“그럼 아닙니까?…”

“그래요? 하하하…”

조변호사가 정곡을 찔러오자 안과장이 크게 웃어댔다. 

“문수라는 사람이 참 단순하게 처리했지요. 땅을 내놓는다고 사인했으니까…”

안과장이 자기하고는 아무런 련관도 없는 일인 듯이혀를 끌끌 찼다.

“제가 봐도 불가사의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 어쩌면 그렇듯 경솔하게 처리했는지…”

조변호사가 한술 더 떴다.

“사실 그 돈은 제가 연줄을 달아줬지요. 좋은 뜻에서…”

안과장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저와 주회장은 막역한 사이고 문수와 저도 관계가 아주 좋거든요. 그래서 문수가 고리대에 시달리는 걸 알자 제가 돈을해결해주겠다고 먼저 약속했지요. 리자도 받지않겠으니까, 약속만 지켜달라고… 하긴 친구로서 바쁜 친구에게 돈을 보태주는 게 정상이아닙니까?”

“그렇지요.”

조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싶이 저에게는 돈이 없으니까 주회장과 말했지요. 좋은 친구인데 리자도 받지 말고 좀 도와달라고…”

“오, 그래서 주회장의 돈이 흘러갔구만요.”

“네.”

안과장이 종이를 들어 이마의 땀을 닦어냈다.

“주회장이 고수지요. 돈을 버는 데는 빈틈이 없는 분이였으니까…”

안과장은 모든 계획이 주회장의 머리에서 나와서 주회장의손에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때 우리 태평양실업에서는 문수와 이미 거의 다 흥정이 끝났거든요. 천만원에 인수하기로… 그런데 며칠 안 가서 돈이 해결되였으니까 그 땅을팔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련락이 왔더구만요.”

조변호사가 내실을 모르는 척하면서 가볍게 슬쩍 던졌다.

안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는 후에야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 다된 일이 빵구 났으니까 태평양실업의 왕도 회장 립장에서는아마 저를 아주 원망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긴 뭐, 다 지나간 일인데. ㅎㅎㅎ”

조변호사가 웃었다.

“왕도 회장은 아마 제가 뒤에서 그렇게 조작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런 게 아닌데…”

안과장이 억울한 듯이 두손을 벌려보였다. 믿었던 산이 무너진 형국에서 안과장은 새로운 대안을찾을 필요가 절실했던 것이다.

“안과장님의 말뜻을 알아들었습니다. 이제 왕도 회장에게 기회를 봐가며 말씀드리겠습니다.”

조변호사가 선선히 대답하였다. 인간관계를 조률하는 데는 자신 있는 조변호사였다.

안과장이 자세를 고쳐앉으면서 화두를 돌렸다.

“저는 앞으로 조변호사님과 함께 좋은 일들을 같이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똑같은 생각입니다.”

조변호사도 기다렸다는 듯이 흔쾌히 대답하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무한한 합작공간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였다.

안과장이 술잔을 들었다.

“좋아요. 좋구 말고. 그럼 우리 둘의 래일을 위하여!”

이들은 서로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잘알고 있었다.

“따르릉!”

조변호사의 전화가 울렸다.

왕도의 전화였다.

“잠간, 왕회장이 전화가 왔네요. 쉿!”

조변호사가 안과장에게 말하지 말라고 입가에 손가락을가져다 댔다.

“네. 회장님, 무슨 분부가 있습니까?”

“제길할, 이거 열 받아서 어찌 살겠나?”

수화기 넘어 왕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장보가 당했구만.”

“네? 우리 장보가?”

조변호사는 우리라는 말에 악센트를 넣었다.

“그래, 당장 오라고. 당장.”

왕회장이 전화를 끊었다.

“장보가 당했다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요.”

조변호사가 옷을 주어입으며 중얼거렸다.

“장보라면? 그 고리대를 놓는 장보?”

안과장이 물었다.

“네. 왕회장의 사촌동생입니다.”

조변호사가 일어났다.

“오늘 먼저 실례해야 되겠습니다. 나중에 자주 련락합시다.”

“아, 네, 저도 인차 일어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얘기는 우리 둘만 아는 얘기이니까, 그렇게 알고 갑시다.”

안과장이 조변호사의 가방에 2만원을 집어넣었다.

“용돈으로 쓰십시오.”

조변호사가 사양하는 척 하다가 그만두었다.

마음이 아닌, 두 사람의 리익이 하나로 엉키는 순간이였다.

 

18

장보가 낯모를 사람에게서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바로 오늘 오전 일이였다.

진성의 회사에 건축공정 항목을 빼앗긴 후 왕도는 어제온 저녁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개발구의 건축시장을거의 10여년간 독차지하면서 살아왔던 그는 불의의 타격에 큰충격을 받았다. 어찌보면 추락의시작일 수도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번 꺾기면 원기가 크게 상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왕도인지라 이번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였다. 그는 그라프를 그려가면서 자기 주변을 정리해보았다. 정부와의 관계, 조폭사회와의 관계, 은행과의 섭외관계… 어느 것 하나 빈틈없었다.

번 돈 중에서 관계자들에 흘러간 돈이 80%이상이였다. 그런 관계를 갖고 있는 자기가 진성이라는 사람에게실패했다는 것이 리해되지 않았다.

그는 사촌동생 장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성이라는 인물의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왕도 덕분에 일어섰고 왕도의 사촌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갑작스레 번영해진 장보인지라 왕도의 말이면 곧 성지圣旨였고 밤중에도 새벽에도 바로 달려왔다. 발이 넓고 인맥이 광범한 장보에게 맡기면 통하지 않은것이 없다.

그러나 오늘만은 웬일인지 몇번 걸어도 장보의 전화는꺼져있었다. 쩐의 세계에서전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존의 목줄을 스스로 옥매이는 것과 다름없다. 웃사람을 위해 24시간 전화를 켜놓아야 하는 것이 생존의 섭리였다. 혹간 한밤중에라도 전화 혹은 메세지가 올가봐 하루에도수십번 전화기를 들춰보던 장보였고 아침 저녁으로 왕도에게 일상을 회보하던 장보였다. 그러던 그가 전화기를 꺼버렸다. 할 수 없이 왕도는 장보 안해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보는 뭘 하기에 전화도 안 받아?”

왕도가 호통을 치려는 순간 전화기 넘어 장보 마누라의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버님, 죄송합니다. 남편이 왕창 얻어맞았어요.”

“뭐라?”

왕도가 놀라서 되물었다.

“앞이발이 석대나 부러져서 말도 못하고 있어요.”

“뭐라? 앞이발이 석대나 부러졌다고? 어느 놈이 감히, 어느 놈이 감히 내 동생에게 손을 댄단 말이야? 누구? 누가 때렸는데?”

왕도가 수화기를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혈압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왕도는 너무나도 열 받아 책상을 마구 두드려댔다.

“그래, 알았어, 내가 당장 가마, 당장 갈게.”

왕도는 수화기를 놓자 조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경찰대장마초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초의 전화도꺼져있었다. 그는 깨여나는즉시로 달려오라고 간단하게 메세지를 넣었다.

개를 때려도 주인을 봐가면서 때리라고 장보에게 손을댔다는 것은 왕도에 대한 도전이고 무시다. 어쩌면 자기에 대한 도전, 아니, 이 왕도를 무너뜨리기 위한 어떤 세력의 움직임이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도는 지체할 겨름 없이 장보의 집으로 향했다. 거의 같은 시각에 조변호사도 도착하였다.

“말해봐, 어떻게 됐는지?”

왕도가 말했다.

“부끄러워 차마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얼굴이 팅팅 부은 장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입에 물었던 흰솜을 빼버리고 말하는 장보의 얼굴은말이 아니였다. 터진 입술은금방 아물기 시작한 듯 덕지덕지했고 이발이 3대나 빠져 펑 뚫린 입은 승용차 텐넬을 방불케 하였다. 장보는 동방편직유한회사의 하속업체인 정호에게 고리대를풀었던 얘기부터 시작하여 호텔에 감금했던 일까지 상세히 털어놓았다.

“동방편직이면, 문수네 공장인가?”

“네.”

왕도의 물음에 장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누구한테 맞은 거야?”

“그건 모르겠대요. 우리 남편까지 세 사람이 다 당했대요. 갈비뼈도 부러지고…”

장보의 마누라가 장보 대신 대답했다.

“셋이나?”

“네.”

장보의 눈에는 아직도 공포가 남아있는 듯했다.

“아니, 상세하게 다시, 다시 얘기해봐. 뭐가 뭔지 모르겠네. 너희들 세 사람, 아니 너에게 손을 댈 만한 사람이 청도 바닥에서 있단 말이오?”

“우리는 형님의 분부 대로 동방편직회사 김문수의 행방을 쫓던 중 정호라는 사람이 청도에 들어왔다는 소식을들었습니다.”

장보가 아픈 입을 부여잡고 띠염띠염 억지로 말문을열어갔다.

“정호라면? 문수와 련대보증을 써줬다는 사람?”

“네.”

“그래서? 빨리 빨리, 아니, 천천히 얘기해봐.”

왕도가 급한 나머지 불같이 재촉하다가 장보의 고통스런모습을 보고 손사래를 쳤다.

“정호란 놈을 잡았지요. 호텔에 끌고 왔는데 아참, 얄팍하게 생긴 놈이 나타나 주먹을 날리는데. 와아. 한방에 한 사람씩 떨어져 나갔습니다.”

왕도의 얼굴 근육이 씰룩거렸다.

“제길!”

왕도가 입을 옥물었다.

“아니, 그래 세 사람이 다 당했단 말입니까?”

조변호사도 당혹스레 물었다.

“꿈만 같습니다.”

장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보가 불시로 조변화사에게 살포시 물었다.

“조변호사님, 그런데 그 자식은 내가 그 돈을 포기한다는 각서까지 써가지고 왔더구만요.”

“각서?”

조변호사가 되물었다.

장보가 서류가방에서 각서를 꺼내 왕도에게 넘겨주었다. 왕도는 각서를 받아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거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조변호사, 짚히는 게 없는가?”

조변호사는 왕도에게서 각서를 넘겨받아 아래우로 몇번읽어본 후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보건대 각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건 왜 그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정호를 보호해서각서까지 쓰게 하였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면?”

왕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내가 보기에는 정호라는 인물보다 문수를 지켜주기 위해서 그 사람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왕도의 눈이 둥그래졌다.

“그렇다면…?”

“동방편직회사 혹은 문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조변호사의 론리에 왕도는 물론 장보도 공감하였다. 동방편직의 문수가 잠수한 건 바로 돈 때문이고 결과적으로는공장부지를 지키기 위해서이다. 문수는 주회장의돈을 꿔갔고 주회장은 꿔간 돈 대신 문수의 공장부지를 헐값에 가져 집을 지으려다가 죽었다.

왕도가 문수를 찾는 리유는 주회장의 돈을 대신 갚아주는대가로 땅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주회장이 죽은현상황에서 누가 먼저 문수를 찾으면 누가 먼저 땅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빚을 진 사람은 가둬놓고 얼리고 닥치고 덤터기를 씌우면저절로 무너짐을 잘 아는 왕도였다. 때리고 괴롭힐필요 없이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도 없이 해버릴 방법이 이들 손에는 수두룩하다. 

문수만 잡히면 동방편직부지는 왕도의 손에 들어온다. 문수와 정호는 서로 련대보증을 선 관계로서 문수든정호든 둘 중 하나를 잡으면 감자 덩쿨처럼 련달아 나타나게 되여있으며 그 땅을 빼앗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였다.

그런데 다 잡은 정호마저 놓쳤다. 그렇다면 누가 문수에게 관심이 있는 걸가?

그때 왕도의 전화가 울렸다. 경찰대장 마초의 전화였다.

“그래? 왔다고? 오, 그래, 들어오라고… 조변호사가 마중나갈 거야.”

왕도는 휴대폰을 끄고 조변호사더러 형사경찰대장 마초를마중하라고 했다.

조변호사가 왕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으로 달려나갔다.

“형사경찰대대의 마초 대장이 왔다는구만 나는 이런 일인 것도 모르고 마초에게 전화했는데 근데 지금 상황에선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람까지 랍치해놓고 랍치범인 주제에 무슨 할말이 있겠니…”

왕도의 말에 장보와 장보 마누라가 고개를 끄덕이였다.

마초가 들어왔다.

“누구에게 맞았는데…”

마초가 장보를 보며 당장 뛰여나가 보복을 해줄 듯이소리를 높였다.

“앉소. 앉아.”

왕도가 마초의 손을 잡고 쏘파에 앉혔다.

“친구들끼리 놀다가 다쳤다는구만. 난 또 큰일 난 줄 알았더니만 너무 취해 넘어진 게이발까지 다 끊어졌다나… 쯧쯧쯧”

“난 또 큰 형님께서 메세지까지 보낸 걸 보고 네가 크게 다쳤는가 했다. 너네 큰 형님 일이자 곧 내 일이니까. 앞으로도 일이 있으면 이 형님을 찾지 말고 직접 나를찾아라. 형사경찰대장이 그런 일도 못하겠니…”

마초가 장보와 장보 마누라 앞에서 왕도와 자기의 관계를부풀려 말하면서 의리남이라는 걸 과시했다.

“자, 별일 없으니 가보지 뭐, 점심 때도 다되였는데 나가서 국밥을 한그릇씩 먹기오.”

왕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변호사와 마초도 자리에서일어났다. 마초는 자리에서일어나며 다시 한번 장보의 얼굴을 보았다. 분명 호되게 얻어맞은 얼굴이였다. 그는 왕도가 말 못할 리유를 알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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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생애목록1번 (김재현)
11.우린 78년급 제1소조 친구들(리광인)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3)

[칼럼] 바이러스와 인민전쟁 (박광성)
[특집]《장백산》창간 40돐을 맞으며 (김수영)
[문학닷컴] (수필) 까막눈의 장본인은 누구일가? (김두필)
[문학닷컴] 김일량의 시2 돌(외9수)
11.40여년 전 김대현선생 삶의 자취(리광인)

[특집]불가능은 가능으로, 화는 복으로(남영전)



올해의 작가리광인허강일김수영김두필김일량남영전|박광해|궁금이서가인리문호리광인김혁현춘산한석윤|허미란현춘산김학송김호웅김재현남룡해김영분리문호궁금이림운호장학규리련화|김혁|한영철박장길서가인김경진김영택김학송김병민김복순최상운채영춘리광인김정권허강일김혁김명숙김학송김춘실류재순려순희리문호김홍남윤청남리동춘||심명주최화|김명순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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