查看原文
其他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6)

조글로 潮歌网 2020-09-15

 알림:  조글로 사이트(www.zoglo.net/ckywf.com)이 새 버전 업데이트 관계로 다운됩니다. 1주일후 새 모습으로 뵙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문단 신선한 활력소! 추리소설 작가 허강일!

극작가, 시인, 기자로서의 허강일이 펼쳐보이는 숨막히는 드라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한치 앞도 내다 볼수 없는 운명의 대결! 지금 펼쳐집니다.


 화목련재


 허강일  장편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


20

구정부 남쪽 보룽광장 옆 오피스텔에 자리잡은 진성그룹은 18층에 있다. 명성에 걸맞게 건물 전체를 새로 사들이고 18층 아래의 건물은 임대로 내주었는데 특히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언론매체의 사무실은 전부 무료로 제공하였다.

진성그룹의 파격적인 행보는 동업종은 물론 매스컴의 화제로 해변의 도시를 강타하였다.

18층 맨 끝에 자리잡은 리사장 사무실에는 진성그룹의 수장 진성이가 컴퓨터를 열고 주회장의 사망에 관한 뉴스를 검색하고 있다. 주회장의 젊은 마누라 미나가 아이를 안고 흐느끼는 사진을 커다랗게 확대해 보면서 진성은 지친 듯 눈을 감았다.

노크소리가 들렸다.

“리사장님, 준비되였습니다.”

진성은 인츰 일어나 옆에 있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룹의 최고 결책층들만이 참석한 중요한 회의였다.

진성이 착석하자 회의는 바로 시작되였다.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부리사장의 발언이 시작되였다. 그는 주회장의 회사인 ‘압록강실업’의 현상황 및 추진 중이던 사업에 대해 소개하였다.

“주회장이 생전에 가장 큰 공을 들인 사업은 바로 동방편직회사의 부지에 관한 것이였습니다. 사채 때문에 고생하는 동방편직에 300만원을 꿔주고 조건부를 달았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제때에 갚지 못하면 공장부지를 내놓는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지요.”

부리사장이 잠간 말을 끊었다.

“은행의 대출이 막히자 김문수는 자기가 주회장이 쳐놓은 올가미에 걸려든 걸 알게 되였지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부지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김문수는 잠수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시간벌이를 하려는 것이였지요. 그런데 의외의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의외의 일이라니?”

리사장 진성이가 물었다.

“주회장이 불시로 죽은 것입니다.”

“죽었다고 해도 계약서가 있는데 계약이 원천적으로 무효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부리사장이 말을 이었다.

“주회장이라는 사람이 워낙 남을 쉽게 의심하고 믿지 못하다 보니 모든 사업을 혼자서 계획하고 추진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회장이 죽은 후 모든 사업이 정지상태에 처했고 300만원 건도 어떻게 됐는지 현재로서는 파악이 안되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주회장의 일상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주회장의 부인은 지금 주회장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빈털터리로 나앉을 상황에 처했다고 합니다.”

부리사장의 설명을 듣던 변호사가 손을 들었다. 

“제가 알고 싶은 건, 동방편직의 김문수는 왜 대부금을 받지 못했었죠? 많은 사람들이 욕심내는 공장부지를 갖고 있는데 은행에서는 왜 대부금을 내여주지 않았을가요?”

“문제를 잘 제기하였습니다.”

부리사장이 물을 한모금 마시고 좌우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은행에서 대부금을 내주지 않았던 리유는 단 하나, 그의 공장부지가 소송에 걸려있었기 때문이였습니다.”

“소송이라면?”

“김문수와 재무관계가 있던 거래업체에서 련의어 동방편직을 향해 소송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방편직 공장부지는 법원에서 동결하였지요.”

불가사의한 일이였다. 

거래업체 사이에 채무관계가 있는 것은 보통 현상이다. 특별한 경우를 내놓고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련속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주회장이 소송을 제기하도록 뒤에서 돈을 찔러주었다는 설도 돌고 있습니다만은… 확인된 건 없습니다.”

리사장 진성이의 휴대폰에 메세지가 떴다. 택배를 이미 발송했다는 내용이였다. 진성은 메세지를 들여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의 모든 변화를 철저히 제때에 체크하고 양로원건설은 한점 의혹이 없이 최고의 질량으로 제시간에 교부할 수 있게 하되, 기타 사업은 정해진 계획 대로 추진해주세요.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리사장님!”

회사 중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결같이 대답하였다.


21

주회장이 사망한 후 건설은행 안과장과 사채업자 민혁의 머리 회전이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주회장은 고리대를 풀었지만 종래로 직접 준 것이 아니라 완충지대를 두었다. 그 완충지대가 바로 안과장이였고 그는 안과장에게 돈을 맡겼다. 명의는 재테크를 해달라는 것이였지만 그것은 대신 고리대를 풀어달라는 것이였다. 

금융계통의 오랜 여우인 안과장 또한 고리대를 직접 풀지 않았다. 그는 사채를 직접 풀 수 있는 사람을 물색했고 그가 선택한 사람이 바로 민혁이였다. 

한 고향사람이고 골목바닥에서 이름도 꾀 있고 주먹개도 쓰기에 안과장의 눈에 든 것이다.  고리대를 풀려면 너무 강한 사람보다 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이 적격이다. 민혁이가 바로 그런 사람이였다. 얻어맞았다 하면 끊어진 입쌀도 먹지 않는 민혁이였고 자기가 받아야 될 돈이면 한푼이라도 악착같이 달려들어 받아가는 구두쇠였다. 

민혁이가 ‘구두쇠’라는 평가가 널리 퍼지게 되자 자금을 대주겠다는 사람들이 늘었고 따라서 민혁의 가슴속에서도 안과장의 비중이 조금씩 작아져갔다.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였지만 ‘쩐’의 세계에서 뒹글 대로 뒹근 안과장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랭혹하게 커가는 민혁이가 감사할 정도였다. 

동정심이 티끌 만치라도 필요 없는 사업이 바로 고리대금업이다. 동정심이 있으면 쩐의 세상에서 실패한다. 주회장이 그랬고 민혁이가 그랬으며 안과장 본인 또한 그랬다. 허허 웃으며 다녀도 받을 건 다 받아챙기는 그였다.


하루는 주회장이 안과장을 불렀다.

“태평양실업에서 동방편직 공장부지를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

“네. 사실이라고 들었습니다.”

“얼마에 산다고 하던가?”

“천만원에 살 예산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동방편직에서는 돈을 좀더 달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음-”

안과장의 말을 들은 주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천만원이면 헐값이지…”

도시전망을 따져볼 때 동방편직 공장부지는 노른 자위로서 부동산개발의 최적지이다. 

“그 땅을 개발할 의향이 있습니까?”

안과장이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다.

주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쩌겠나? 태평양실업이 욕심을 낸다는데야, 워낙 관계가 껄끄러운데 우리가 치고 들어가면 태평양실업의 왕도 회장이 가만 있으려고 하겠나…”

주회장이 말을 끊으며 입을 쩝쩝 다셨다.

“제가 방법을 한번 생각해볼가요?”

안과장이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견이라도 있는가?”

“성공하면 어떻게 해주겠습니까?”

“성공하면?”

“네.”

“요구 대로 해주지. 요구 대로 해주고 말고…”

주회장이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는 듯이 흔쾌히 대답했다.

안과장이 남들이 듣기라도 하듯이 주회장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주회장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피여올랐다.

“300만원을 꿔준다?”

“네. 그렇습니다. 태평양실업의 왕도는 동방편직의 김문수가 어렵다니까 등을 쳐먹을 예산이였지만 주회장님은 김문수가 재기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돈을 꿔주는 겁니다. 그러면 회장님의 사회 이미지도 올라가고 나중에 그 땅을 인수할 때 명분도 서고 또 왕도 회장에게 할말도 있을 게 아닙니까?”

주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되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러다가 대부금이라도 덜컥 나오는 날에는 허탕을 치는 게 아니야?”

“맞는 말씀입니다.”

안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나보고 돈을 꿔주라고 하는가?”

주회장이 나무라듯 말했다.

안과장이 의미있는 웃음을 지으며 주회장을 바라보았다.

“대부금은 못 나옵니다. 절대 못 나옵니다.”

“절대 못 나온다?”

“네, 못 나옵니다.”

“세상에 건설은행 하나 뿐인가?”

주회장이 피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동방편직 공장부지는 몇달 전부터 소송에 걸려있습니다.”

“소송에?”

“네, 소송에 걸려있지요. 끝나지 않는 소송에…”

“끝나지 않는 소송에?”

주회장의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안과장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

“그러면 안과장, 당신은 일찍부터 그 땅을 욕심냈다는 말인가?”

“네, 재테크 전문가가 아닙니까? 저는 주회장님처럼 안광이 넓은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안과장이 자근자근 지나온 일들을 설명하였다.

부동산개발붐이 화끈하게 일자 안과장은 동방편직을 손에 넣을 준비를 차곡차곡하였다. 그는 김문수와 재무왕래가 있는 사람 몇을 꼬셔 각종 명목을 대고 김문수의 동방편직을 소송하게 하였다. 소송에 걸려있는 부지로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또 법원에서 심리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에 일단 소송을 걸어두면 시끄러운 일은 끝없이 이어진다.  

“300만원을 석달 기한으로 꿔준 다음 제시간에 갚지 못하면 공장부지를 내놓아야 한다는 조건을 다는 것이지요.”

“음-”

주회장이 음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대부금을 해결해준다고 장담하지요. 그 다음…”

안과장이 말을 멈췄다.

“그 다음은 뭔가? 빨리 말하라고.”

주회장이 재촉하였다.

“그 다음 대부금이 내려오지 않게 하는 건 저의 몫이고 공장부지를 빼앗는 일은 주회장 몫입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 치밀하구만 치밀해, 당신을 믿고 내가 그렇게 하리다.”

주회장이 통쾌하게 웃어댔다.

“이건 주회장과 저 둘만 아는 비밀입니다.”

“걱정 말라고 마누라도 모르게 할 것이니까, 하하하.”


모든 것이 주회장과 안과장의 예상 대로 흘러갔다. 문수는 대부금을 받으려고 동분서주하였으나 번마다 기각되였다. 대부금을 해결해달라고 문수가 전화 올 때마다 안과장은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먼저 발등의 불부터 끄라며 몇만원을 선대해주기도 하였다. 문수를 향한 올가미는 서서히 목줄을 조여가기 시작하였다. 동방편직공장 부지가 계약 대로 주회장의 손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문수가 잠수해버린 것이다. 잠수했다는 것은 변호사의 의견을 따른 책략이 분명했다. 차용서 대로 리행하면 될 것 같지만 당사자가 없는 상황하에서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 일은 복잡해진다. 법원에 가서 승소한다 해도 집행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차용증 기한이 끝나는 그날로 문수를 붙잡고 공장부지를 내놓는다는 새로운 계약서를 체결하는 것이였지만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문수가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여 근접 경호에 등한했던 주회장은 가슴을 쳤다. 문수의 코를 꿰는 데까지는 성공하였지만 문수가 잠수할 것까지는 생각치 못했다. 

민혁이는 문수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여 쫓아다녔지만 문수를 잡지 못했고 지난번에는 문수를 다 잡았다가 놓쳐버렸다. 찦차에 문수를 실으려하는 순간 정체 모를 사람이 나타나 민혁의 부하들을 모조리 쓰러눕히고 문수를 구출해간 것이다.  

주회장은 안과장을 밥통이라고 욕했고 안과장은 또 민혁이를 밥통이라고 욕했다. 민혁이 또한 부하들을 밥통이라고 욕했다. 우에서 흘러온 욕은 아래까지 흘러갔다. 날마다 만날 때 욕하며 스트레스를 주던 주회장이 갑작스레 죽자마자 모든 욕설이 사라졌다.

빌려준 놈은 죽고 빌려간 놈은 사라지고…


22

깊은 밤, 혼자서 양주를 마시며 주회장과 안과장과의 이왕지사를 되돌이켜보던 민혁이는 불시로 무릎을 쳤다.  

주회장이 죽은 후 주회장이 문수에게 꿔주었던300만원에 대해서만은 안과장이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는 것을 생각난 것이다.

300만원이면 작은 돈이 아니다. 주회장이 직접 풀었다고는 하지만 주회장이 사망한 현시점에서는 안과장이 응당 300만원을 받아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과장은 자질구레한 몇만, 몇십만원짜리 돈에 대한 재촉만 할 뿐 300만원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는다.

‘300만원은 어데 갔을가?’

주회장은 생전에 안과장에게 300만원 문제를 처리하라고 했고 안과장 역시 300만원을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김문수를 잡아와야 된다고 재촉하였다. 그런데 주회장이 죽자마자 300만원은 꼭 마치 증발된 것처럼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민혁은 종이에 이리저리 그림을 그려가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애를 썼다. 륜곽이 잡힐 듯 말 듯 눈앞에 알른거리기만 할 뿐 잡히지 않았다. 

주회장이 죽은 후 제1당사자는 당연히 주회장의 새 마누라이다. 그러나 새 마누라는 주회장의 일체에 대해 모르고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안과장 뿐이다.

‘그렇다면? 300만원은?’

분석과 추측을 거듭하던 민혁은 머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건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팬티를 벗어던지고 샤워실로 향했다. 시원한 랭수가 숫구멍으로부터 발끝까지 시원하게 내리쏟아졌다. 무작정 팽창하려던 사유가 참대처럼 매끈하게 정리되여가기 시작하였다.

‘300만원? 300만원의 열쇠는 분명 안과장의 손에 있다!’

민혁은 흥분된 나머지 박수를 쳤다. 300만원 돈이 고스란히 안과장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음을 예감한 것이다. 주회장은 문수에게 300만원을 꿔줄 때 문수를 직접 만나 사인을 받고 넘겨줬다. 그날 주회장의 호위무사로 따라가서 현장을 지켰던 민혁이가 제일 잘 안다.

그런데 그 돈에 문제 생겼다. 주회장이 죽은 현시점에서 300만원은 유령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령 안과장이 마음만 먹게 되면 김문수와 손잡고 300만원짜리 차용증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안과장 배만 불릴 것이다.  

민혁의 입이 바짝 말라들었다. 안과장이 300만원을 착복할 수 있다면 내막을 잘 알고 있는 자기도 어부지리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날 밝기를 기다리지 못한 채 민혁은 안과장에게 메세지를 날렸다. 안과장도 잠을 못 이룬 듯 금방 답장이 왔다. 둘은 점심에 남산호텔 부근에 새로 생긴 사우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구석진 곳에 앉아 머리에 수건을 쓴 채 사우나 찜질복 차림으로 밥을 먹는 그들을 유심히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사우나에서 만나 마음 놓고 얘기하자는 의도였지만 두 사람은 마주 앉아 깊은 적막만 흘렀다. 

“오랜만이다. 네가 자금 관리를 잘하고 있기에 난 시름 놓고 있다. 감사하다.”

안과장이 먼저 적막을 깼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읍시다.”

민혁이가 말했다.

“말해라.”

“공짜 돈이 생긴 것 같은데 설마 절 잊은 건 아니겠지요?”

“공짜 돈? 내게 무슨 공짜 돈이 생겼다고 그러니?”

안과장이 되물었다.

“300만원.”

민혁이가 안과장의 눈길을 주시하면서 짤막하게 던졌다. 예전의 공손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양아치임은 알았지만 눈빛마저 싸늘하게 변한 민혁이가 놀라울 정도였다.

“300만원?”

“그렇습니다. 300만원입니다.”

“허허 참, 나 원, 300만원이라니? 내가 꿔준 것도 아니고…”

안과장이 한심하다는 듯이 심드렁하게 대답하였다.

“알고 있습니다.”

민혁이가 도도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는 긴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반반으로 나누자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결론부터 꺼내는 민혁이를 안과장은 당혹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쩐의 세계에서 랭혈동물로 변한 민혁이가 진짜 타고난 사채업자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는 그 돈이 어떻게 흘러갔음을 압니다. 주회장의 자금줄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알고 저는 안과장을 믿습니다.”

민혁의 당당하고 총알 같은 말을 들으면서 안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믿는다는 말은 바로 내가 알고 있으니까 숨기지 말고 오픈해달라는 말임을 안과장은 너무 잘안다.

“하하하!”

안과장이 불시로 사람 좋게 너털웃음을 웃었다. 안과장의 갑작스런 웃음소리에 민혁이가 멍해졌다.

“과연 ,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구나, 감사하다.”

안과장이 손을 내밀었다.

민혁이는 잠간 주저하다가 안과장의 손을 잡았다.

“돈의 흐름을 알고 돈이 생길 구멍과 돈이 빠질 구멍을 알면 그 사람은 타고난 금융가다. 내가 보기엔 바로 네가 그런 사람이다.”

안과장이 민혁의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

“좋다. 방금 말한 대로 너의 요구 대로 그렇게 하자. 근데 지금은 안돼. 그 돈을 어떻게 하면 찾을지, 나는 지금 아무런 대안도 없어.”

“네?”

안과장의 말을 들은 민혁이가 눈을 치켜떴다.

“차용증이 있을 거 아닙니까? 차용증을 들고 가서 문수가 나타나면 받아오면 될 거 아닙니까?”

민혁이가 안과장이 수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듯 련주포를 쏘아댔다.

“맞는 말이지. 근데 말이다. 300만원짜리 차용증이 없어졌다.”

“네?”

안과장의 말에 민혁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주회장이 사망한 후 주회장의 마누라가 주회장의 서류를 다 뒤졌어. 근데 다른 차용증은 다 있는데 그것만은 없었단다.”

안과장이 물을 한모금 들이켜고 눈을 감았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안과장이 잠간 긴 숨을 들이쉰 후 입을 열었다.

“지금 주회장의 마누라도 그 돈을 찾으려고 혈안이 됐어. 문제는 차용증이 없어졌어.”

민혁이는 안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이 상황에서 일단 안과장을 믿고 넘어가려고 하였다. 서로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마당에서 거짓말을 할 안과장이 아님을 잘 아는 민혁이였다.

민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뭐, 뭐라고? 김, 김문수가 나타났다고?”

민혁이가 잘못 들은 듯이 전화기를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에다 대며 다급히 물었다. 

“어데야? 뭐, 뭐라고? 홀리데이호텔에? 뭐? 바이어와 커피를 마신다고? 알았다.”

민혁이가 일어났다.

“안과장님, 문수가 나타났답니다.”

“문수가?”

안과장의 눈도 휘둥그래졌다.

“저,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민혁이는 안과장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뛰여나갔다.

안과장은 밥상에 두팔을 고인 채 눈을 감았다. 문수가 나타났다는 것은 가능하게 300만원짜리 채무가 해결됐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누가 그 엄청난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차용증은 왜 없어졌을가? 

안과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잠간 망설이다가 조변호사에게 문수가 나타났다고 전화로 알렸다. 공존, 공생, 공동발전의 틀에서 정보를 공유하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이였다.

조변호사는 핵폭탄급 소식에 연신 감사하다고 대답하였다. 조변호사가 왕도 회장에게 보고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정보를 얻었고 기쁨에 설레인 조변호사의 얼굴이 안과장의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계속)


지난호 보기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1)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2)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3)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4)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5)

《도시는 알고 있다》단숨에 보기 안내: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전편을 구독할수 있습니다.

추천: 허강일 추리소설

[珍藏版] "흉수는 바로 그놈이였다"


 안내 : "문학작품"은 sinbalam과 위챗친구하여 추천해주세요.-신바람
최신 문학작품
2020년

[ "장백산"40돐특집] 겨레문단의 빛나는 거울 (림원춘)
[문학닷컴](시랑송) 꽃의 향기 (시 이하이/랑송 정향란)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5)
[문학닷컴] 오라,여름이여 (허미란)
박장길 자선 시(6) 나는 달이 되고 달은 내가 된다
(회고) 거인 장수굴 흔적은 어디가고...(렴광호)(수필) 낡은 방법의 큰 지혜 (궁금이)
[허강일 추리소설] 도시는 알고 있다(4)
(시) 생애목록1번 (김재현)
11.우린 78년급 제1소조 친구들(리광인)

올해의 작가림원춘허강일허미란박장길렴광호궁금이김재현리광인김수영김두필김일량남영전|박광해|궁금이서가인리문호김혁현춘산한석윤|허미란현춘산김학송김호웅남룡해김영분림운호장학규리련화한영철박장길서가인김경진김영택김학송김병민김복순최상운채영춘김정권김명숙김춘실류재순려순희리문호김홍남윤청남리동춘||심명주최화|김명순한영철|                                                                                                                        

 최신 문학작품  더 보기(请点击) 

2020 새 내용 매일 업데이트됩니다.

  


 


 潮歌网 광고효과 보장

广告担当微信号:caisehaoyun(彩色好运)

广告指南pc버전  

    您可能也对以下帖子感兴趣

    文章有问题?点此查看未经处理的缓存